나를 위로하다 223 인생의 과장법

표현의 다이어트

by eunring

꽃은 곱고 예쁘지만

지나다가 보는 꽃이 좋다

스쳐 지나면서 예쁘다~고

눈웃음으로 인사 나누거나

가던 걸음 잠시 멈추고

마음으로 어루만지다가

손에 쥔 휴대전화 카메라로

꽃과의 만남을 인증하기도 한다


할머니도 꽃을 사랑하셨고

엄마도 꽃을 좋아하신다

그 할머니 닮은 손녀이고

그 엄마의 딸인 나도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저 바라볼 뿐 꽃꽂이를 하거나

꽃을 심고 기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기르고 가꾸는 일에는 무심한 나에게

오늘 화분 하나가 말을 건넨다


미안하게도 베란다에 그냥 내버려 둔

조그만 화분에서 꽃이 피었다고

내 옷깃을 잡고 말을 건넨다

군살 하나 없는 몸매에

과하지 않은 꽃송이가 피어나서는

베란다 한쪽에 가만히 있다가

오늘 문득 나에게 말을 건넨다

무심해도 너무 무심한 나를

살며시 붙잡으며 말을 건넨다


꽃이 피었다고 말을 건네는 화분을

미안한 마음에 거실로 안고 왔다

유난스러운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서

너무 표현에 인색하지 않았는지

반성을 하면서 한참을 바라본다


꽃은 꽃인데

딱 피어날 만큼만 피어서 좀다

잎사귀도 번잡하지 않아서 좋다

우리 인생에는 과장이 너무 많고

과장보다는 단순 명료한 게 좋아서

꼭 해야 할 말이나

표현해야 하는 감정들을

너무 많이 생략해버린 건 아닌지

꽃을 보며 잠시 반성한다


입에 발린 말이나

지나친 과장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보고 느낀 만큼은

적당히 표현해야 하는 것임을

화분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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