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21 옥수수 하모니카
옥수수를 삶는다
오늘도 덥겠다
부지런히 새벽 시장에 갔다는
친구의 사진을 보고 옥수수 생각이 났다
조카 에스텔이 어제 보내준
강원도 찰옥수수를 삶아야겠다
더워지기 전에 옥수수를 삶는다
겉껍질을 벗겨내고
얇게 속껍질만 남기고
옥수수수염을 살살 뽑아낸 후에
깨끗하게 잘 씻어서
옥수수가 잠길 정도로 맑은 물을 붓고
쫀득쫀득하라고 소금 톡톡
달콤하라고 설탕도 솔솔 뿌려
센 불에서 삶다가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다 삶아지면 뜸을 들여 드디어
삶은 옥수수 완성~!!
엊그제 조카 에스텔이 깨톡 문자를 보냈다
이모 강원도 옥수수 보내드려요?
삶는 거 귀찮으시면
다른 거 보내드리고요^^
에스텔은 나를 잘 안다
껍질채 옥수수 보냈다가 귀찮고 번거로워
그대로 내버려 둘까 봐 미리 묻는 거다
무조건 좋다고 했다
보내주면 고맙지 잘 먹을게
답문자를 보냈더니
어제 옥수수밭에서 금방 딴 옥수수들이
비대면 문 앞 배송으로 똭~!!
에스텔과 옥수수는 어울리지 않는다
에스텔 엄마와 옥수수는 어울리는데
그녀는 별나라에 산다
에스텔의 엄마이고
내 동생인 어릴 적 그녀와
함께 불던 옥수수 하모니카가 생각난다
옥수수를 삶아 놓고
에스텔 엄마를 잠시 추억한다
어린 그녀와 내가 나란히 앉아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던 여름날이
문득 그립다
일본 어학연수를 다녀와
일본어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강원도 관련 일을 하는 조카 에스텔도
문득 엄마가 그리웠나 보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불던
옥수수 하모니카가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오롯이 혼자 견디던 어학연수 시절의
고단함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에스텔이 어학연수 중일 때
함께 한 여름날의
짧은 일본 여행도 생각난다
그때도 옥수수 철이었다
편의점에서 옥수수를 맛있게 사 먹었는데
옥수수가 어학연수의 추억이기도 할 것이다
에스텔에게 고맙다고 톡 문자를 보낸다
삶은 옥수수 인증샷과 함께
아리가토 토우모로코시~!!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야 할까
바이러스 잠잠해지고
평온한 일상이 돌아오면
에스텔과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
에스텔의 어학연수 시절
낯선 곳에서 혼자 견뎌야 했을
고단함과 쓸쓸함을 어루만지며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