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03 아버지의 빨간약 사랑

자매들의 뷰티살롱 9

by eunring

여름이면 우리 자매들 종아리가

빨강 물방울무늬로 재미났어요

라떼는~ 여름에 모기도 많아서

마당에 모기향을 피우고

모기장을 치고 여름밤을 보내야 했었죠


어리고 철없는 자매들이

모기장을 펄럭이고 다니며

장난을 치는 바람에

모기향이나 모기장도 소용없이

팔다리에 모기 물린 자국들이 선명했어요


모기 물린 자리 두고두고 가려운 건

누가 말려도 참을 수가 없어서

마구 긁어댔는데요

벌게진 자리에 아버지는 빨간약을

동글동글 예쁘게도 발라주시면서

나중에 미스 코리아 나가려면

흉터가 없어야 한다고

긁지 말라고 타이르셨답니다

다리가 흉터 없이 예뻐야

뾰족구두도 신을 수 있다고 하시면서요


고슴도치 사랑이니 이해하3

딸바보 아버지 눈에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들이었겠죠

뾰족구두는 누구나 신을 수 있지만

미스 코리아는 아무나 하나요


어쨌거나 여름이 오고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면

어린 자매들의 종아리에는 방울방울

빨강 물방울무늬가 가득했는데요


딸바보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여

더도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만

동그랗고 예쁘게 빨간약을 발라주셔서

동네 아주머니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는

라떼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자매들 중에 미스코리아는

1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름이면 종아리에

추억으로 방울방울 피어나는

아버지의 빨간약 사랑꽃으로

자매들은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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