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51 커피나무 한 그루

커피 꽃이 보고 싶어서

by eunring

우리 집 베란다에

커피나무 화분이 하나 있다

슬금슬금 자라기는 해도

잎만 윤기 자르르하게

진초록으로 무성해질 뿐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 집 베란다가

커피벨트도 아닌 데다가

내가 금손도 아니고

잘하는 거라고는 내버려 두는 것뿐

가끔 물 주고 어쩌다 내다봐주는

커피나무에서 느닷없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리 없다


그냥 사철 푸르른

상록수 같은 커피나무 한 그루

늘 푸른 초록 잎새 건강하게 펄럭이며

창밖에서 자라는 걸로 충분하다


그래도 가끔은 커피를 마시다가

습관처럼 헛된 희망을 품는다

우리 집 베란다 커피나무에서

새하얀 커피 꽃이 피는 걸 보고 싶다

커피 꽃에서 달콤한 재스민 향기가 난다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하다


꽃 피고 지면 열매 맺듯이

연초록 커피나무 열매가 맺혀

똘망똘망 초록으로 진해지고

밝고 환한 오렌지색이었다가

새빨간 체리로 영글어가는

커피체리도 만져보고 싶었으나

부질없는 희망이다


한 송이 꽃이

맥락 없이 피어나지 않고

한 알의 열매도

허투루 익어가지 않는다


커피박물관에서

커피나무를 본 적이 있다

쪼꼬미 체리를 닮은 커피나무 열매

빨간 커피체리도 보았으나

새하얀 커피 꽃은 사진으로만 보았다


커피 꽃이 보고 싶어서

커피 꽃 필 무렵

커피농장에 가보려 했는데

사랑이 약속대로 이루어지지 않듯이

인생은 시간표대로 되지 않는다

코로나 19라는 변수가 물러가면

내년 봄에 커피 꽃을 보러 가야겠다


진초록 윤기 나는 초록 잎사귀에

새하얀 커피 꽃 그리고 빨간 커피체리

잎과 꽃과 열매

초록과 하양과 빨강

3박자가 환상적이다

그래서 3박자 커피가 맛있는 걸까

엉뚱한 생각에 실없이 혼자 웃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250 공항의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