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89 추억 나들이
커피 한 잔의 추억
비가 오면 멜랑꼴리해진다
지난 생각들이 불쑥 떠올라
빗방울처럼 톡톡 터진다
고등학생 때 비가 오는 날이면
아침도 거르고 한 시간 먼저 학교에 갔다
빗줄기가 우산 위에 떨어져 흐르는
소리가 좋아서 걷다가 멈추기를 되풀이하며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제와는 다른 모습의 교실이 나를 반겼다
밤새 책상 위에 먼지처럼 고요히 쌓인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깨어나 손을 흔들면
교실의 적막은 한순간 깨지고
빗소리에 젖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 순간의 신선함이 좋아서
교실문을 맨 먼저 열며 들어서고 싶었다
잠도 없고 비도 와서
일용할 간식을 가방 가득 챙겨 들고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는
인선 님의 깨톡 문자에
단톡방이 부스스 깨어난다
텅 빈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 마시려고 준비 중인데
포트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며
커피포트와 간식 꾸러미 사진도 올라온다
인선님의 사무실 나들이 사진에
살며시 꼬리를 물고
깔끔한 그녀 젤라님도
빗소리 들으니 예전에
도서관 근무 때 생각이 난다며
커피 한 잔을 들고
추억의 도서관 나들이에 나선다
'그 커다란 도서관에 젤 먼저 드가서
서가 사이를 막 뛰어다니며 창문 열고
책 냄새가 좋아서 킁킁거리고
커피물 끓여 놓고
직원들 오면 지난밤 드라마
얘기함서 모닝커피타임
내가 가장 행복했던 거 같아
그때가
열등감만 있던 내게
성취감 자존감을
채워주던 곳
이 아침
그립다'
비 오는 아침
그리움 한 잔 들고
추억 나들이도 괜찮다
빗줄기가 때로 타임머신이 되어
그리운 시간 속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차표는 커피 한 잔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이면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