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75 배려한다는 것
배려의 커피 한 잔
보고 싶은 친구와
마주 보고 앉아 커피 한 잔 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러운 시기입니다
언제 밥 한번 먹자고 차 한 잔 나누자고
섣불리 약속을 건네기도 쉽지 않아요
전화로 수다라도 우수수 떨면서
목소리라도 실컷 듣고 싶은데
친구도 나처럼 말수가 많지 않아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깨톡 안부로 용건만 간단히 잘 지내냐고
잘 지내자고 아쉬운 인사를 대신합니다
인생도 세상살이도
나에게 뭐 하나 묻는 법 없이
나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인생은 인생대로 구름 따라 흘러가고
세찬 바람결에 종이인형처럼 흔들리는
세상살이도 생각만큼 녹록지 않습니다
봄이 가기 전에 얼굴 보자 했던
장마 오기 전에 밥 한 번 먹자 했던
여름 가기 전에 차 한 진 마시자 했던
친구와의 약속은 기약도 없이
또 이렇게 미루어야 합니다
모든 만남은
바이러스 잠잠해진 뒤로 미루는 것이
서로를 위한 사려 깊은 배려가 되겠죠
각자의 자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깨톡 수다로 대신하는 수밖에요
눈에서 멀어지더라도
마음은 더 가까이 다가서라 하지만
몸 가는 데 마음도 조르르 따라가는 법이니
마음만 뚝 떼어 보내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죠
말하고 글을 쓰면서 나를 표현하고
듣고 읽으며 남을 이해하는데
코로나 시대의 랜선 대화는
문자로 쓰며 표현하고
문자를 읽으며 이해해야 하는
두 배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말은 마음이고 글은 생각이라
마음이 담기지 않는 생각만으로
표현하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스크 쓴 얼굴 표정이 애매한 것과도 같죠
서로를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때는
표정과 분위기가 덤으로 따라가지만
가끔씩 맥락 없이 툭 던져지는 깨톡 문자는
까칠해서 오해도 생길 수 있고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말보다 더 다정하고 친절해야 합니다
한마디 말을 건넬 때도
상대방을 배려하여
미리 생각하고 말해야 하듯이
깨톡 문자도 무심히 툭 던지기보다는
표정을 담아 상냥하게 건네야겠습니다
개운한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친구에게
불쑥 카페라떼를 내민다거나
카페라떼의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건네면 대략 난감이듯
랜선으로 톡톡 전하는 깨톡 문자는
휘리릭 날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
서로를 향한 사랑과 예의를 담은
배려의 커피 한 잔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