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22 무궁화의 재발견

무궁한 사랑

by eunring

얼마 전 주민센터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빗줄기 스치던 날이라 주민센터 계단에도

빗방울이 촉촉이 머물러 있었는데요

계단을 오르다 말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방울방울 빗방울 때문이 아니고

빗방울 또르르 맺힌 무궁화 때문입니다


티 없이 맑은 순백의 무궁화가

눈부시게 피어나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애틋하게 맺혀 있었고요

나라꽃 무궁화의 아름다움이

내 안으로 성큼 들어선 순간이었습니다

빗방울 안고 피어난 새하얀 꽃잎이

곱고도 의연해 보여서 잠깐 숨을 멈추었어요


한때는 그랬습니다

철없는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뭔지 모를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좀 더 예뻤으면 조금만 더 화려했으면

꽃 이름이라도 아름다웠으면 하는

겉멋 든 마음이었습니다


무궁한 마음의 꽃이라

꽃말도 '영원'이랍니다

첫눈에 화려하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변함없이 고운 꽃이라

'섬세한 아름다움'이래요


철없는 마음에는 그랬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사랑스러운 꽃을

나라꽃으로 가져보고 싶었으나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무궁화라는 꽃 이름이 지닌 참사랑과

'영원'이라는 꽃말이 무겁게 안고 있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그때는 어려서 몰랐습니다


이른 아침 은은한 향기로 피어나

묵묵히 하루를 지키며 살다가

저녁이 오면 곱게 지는 모습까지도

욕심 없이 순정하고 아름답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땅에 질 때도

또르르 곱게 말린 꽃송이의 모습으로

모든 것을 품 안에 끌어안고 가는

깨끗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뒷모습이 곱고 정갈한 무궁화는

다음 날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고요


피고 지고 또 피는

무궁 무궁 무궁화

빗방울 곱게 머무르는

무궁화 사진을 들여다보며

순백의 잔잔한 향기를 느껴봅니다


나라꽃이기 이전에

올여름 내 마음의 꽃으로

한동안 곱게 피고 지고

또 피어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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