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32 소년의 사랑
소년의 꿈과 사랑
베란다에 화분 몇 개가 있는데
아마 달팽이도 함께 살고 있었나 봐요
비가 오는 날 유리창에 붙어 꼬물거리는
달팽이를 보면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요
꿈에 달팽이가 기어가면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생각났거든요
느리게 천천히 움직이는 달팽이는
껍데기를 등에 지고 기어다니죠
사회적 거리 두기로 문을 닫기 전
숲 도서관에 갈 때마다 엄마가
재미나게 읽으시는 동시집이 있는데요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랍니다
엄마가 재미나게 동시를 읽으시는 곁에서
나는 달팽이라는 노래를 생각하곤 했죠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는 그 노래는 늘 위로가 됩니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 다닌다'라고 하지만
세상에 불가능한 꿈은 없어요
그 꿈이 이루어지고 아니고는 상관없는 거죠
세상 모든 꿈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으니까요
친구님네 쪼꼬미가
아파트 풀숲에 있는 달팽이를 데려다
몇 달간 키웠는데 나중에
다시 풀숲으로 되돌려 보냈다며
친구가 보내준 달팽이 사진 속에는
사랑스러운 쪼꼬미 소년의
꿈과 사랑이 담겼습니다
쪼꼬미 소년도 바다가 그리웠을까요
느린 걸음의 달팽이를 사랑으로 지켜보며
통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겠죠
바다를 그리워하는 달팽이의 꿈을 위해
풀숲의 자유를 돌려주고 싶었을 거예요
입을 꼭 다물고 말이 없을 때
'달팽이 뚜껑 덮는다'라고 하는데
요즘의 코로나 일상이 어쩌면
뚜껑 덮은 달팽이 세상과 비슷하지만
달팽이처럼 껍데기를 등에 지고서라도
마음은 푸른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달팽이에게도 꿈과 사랑이 있고
쪼꼬미 소년에게도 사랑스러운 꿈이 있으니
답답하게 막히고 닫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달팽이처럼 느린 걸음이지만
언제 바다에 닿을까 하는
걱정 따위 필요하지 않아요
시작이 반이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