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73 열린 교문 앞에서

학교 가는 일상

by eunring

한 달 만에 학교가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우리 집 창문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큰길 건너 초등학교가 오랜만에 교문을 열고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학교 다니는 일이

말 그대로 평범한 일상이었는데요

코로나 이후에 학교 가는 일은

평범한 일상이 아니고

아주 특별한 행사가 되었어요


등교 수업이 오랜만이라

마치 입학식에라도 가듯

교문 앞까지 온 식구 총출동입니다


아이들의 가방을 대신 어깨에 둘러맨

엄마 아빠 할머니의 마음들이

아이들보다 분주해 보입니다


서너 걸음 앞서 가다 말고 돌아서서

아들을 기다려주는 아빠의 듬직한 어깨에

걸터앉은 아들의 파란 가방이 귀엽고요

가방의 얼굴에 박힌 동그란 눈동자가

또랑또랑 재미납니다


두 딸아이의 가방을 양 어깨에 메고

양 손에 딸들의 손을 잡은 채

바삐 걷는 엄마의 등 뒤로

아낌없이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눈부십니다

엄마와 두 딸의 뒷모습이 닮았습니다

종종걸음에 분홍 신발까지도요


개구쟁이 손자의 가방을 메고 뒤따르는

할머니에게 책가방이 몹시 버거워 보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날 생각에 신이 난

손자 녀석은 날아가듯 저만치 앞서가고

할머니는 함께 가지고 다급히 손을 흔드십니다


발열체크에 손 소독이 기다리는

마스크 쓴 오랜만의 등굣길이

그래도 신나고 활기차 보이는 것은

아이들이 희망이고 미래인 까닭이죠


친구들과 거리 두기로 뚝 어지고

책상 위는 투명 칸막이로 가로막혀도

아이들의 마음이 희망차게 날아가는 길은

코로나 바이러스도 막지 못할 거예요


교문 앞에서 옹기종기 아이들을 배웅하는

부모님 마음은 불안과 걱정 한가득이지만

학교는 친구들과 함께 놀며 공부하는 곳이고

사이좋게 세상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니까요

코로나 일상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도

부지런히 씩씩하게 배우고 익힐 거예요


코로나 이전과는

사뭇 다르고 낯선 안타까운 시간들이

조금 느린 걸음이라도 좋으니

건강하고 평온하게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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