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11 창문을 열다

창문 사랑

by eunring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옳아요

십년지기 친구님이 이사를 가고

마음 적막한 가을날

제법 나이가 든 우리 집 유리문이

문득 뻑뻑해졌어요


여름 내내 열어두었던 유리문이라

관심과 사랑 부족으로

그동안 뻑뻑함을 모르고 지나치다가

아침저녁 찬바람에 문을 닫게 되니

뻑뻑함이 손에 버겁습니다


집도 사람도 나이 먹으면

고집쟁이가 되어가나 봅니다

유리문이 잘 닫히지 않는 것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대는 것 같아서

저녁마다 살살 달래 가며

유리문을 닫으면서 낑낑댑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닫힐 땐 뻑뻑해도

열릴 땐 덜 뻑뻑해서 힘이 훨씬 덜 들어요

잘 열리고 덜 닫히는 것이

잘 닫히고 덜 열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환기 자주 하라는 중대본 말씀에

꼬박꼬박 유리문 열고 닫다가

유리문 열고 닫듯이 마음의 창문도

부지런히 열고 닫으며 살고 있는지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내 마음에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마음의 환기도 필요하니까요


내 마음의 창문이 활짝 열려야

파란 가을 하늘도 아낌없이 들어오고

지나가는 바람도 반가운 손님처럼

거침없이 드나들겠죠


유리문만 열고 닫지 말고

마음의 창문도 매끄럽게 열고 닫아서

밤 별들도 머뭇거리지 않고

내 맘 가득 채워지고

스산한 만큼 깊이 있는 가을 분위기도

차곡차곡 쌓이고 쌓였다가 자유로이

흐트러지게 놓아주어야겠어요


창문이 있어 더욱 파랗고 높은 하늘

맘껏 우러르며 눈 시리게 바라보는

가을날이 빛깔 고운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부풀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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