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옳아요
십년지기 친구님이 이사를 가고
마음 적막한 가을날
제법 나이가 든 우리 집 유리문이
문득 뻑뻑해졌어요
여름 내내 열어두었던 유리문이라
관심과 사랑 부족으로
그동안 뻑뻑함을 모르고 지나치다가
아침저녁 찬바람에 문을 닫게 되니
뻑뻑함이 손에 버겁습니다
집도 사람도 나이 먹으면
고집쟁이가 되어가나 봅니다
유리문이 잘 닫히지 않는 것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대는 것 같아서
저녁마다 살살 달래 가며
유리문을 닫으면서 낑낑댑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닫힐 땐 뻑뻑해도
열릴 땐 덜 뻑뻑해서 힘이 훨씬 덜 들어요
잘 열리고 덜 닫히는 것이
잘 닫히고 덜 열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환기 자주 하라는 중대본 말씀에
꼬박꼬박 유리문 열고 닫다가
유리문 열고 닫듯이 마음의 창문도
부지런히 열고 닫으며 살고 있는지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내 마음에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마음의 환기도 필요하니까요
내 마음의 창문이 활짝 열려야
파란 가을 하늘도 아낌없이 들어오고
지나가는 바람도 반가운 손님처럼
거침없이 드나들겠죠
유리문만 열고 닫지 말고
마음의 창문도 매끄럽게 열고 닫아서
밤 별들도 머뭇거리지 않고
내 맘 가득 채워지고
스산한 만큼 깊이 있는 가을 분위기도
차곡차곡 쌓이고 쌓였다가 자유로이
흐트러지게 놓아주어야겠어요
창문이 있어 더욱 파랗고 높은 하늘
맘껏 우러르며 눈 시리게 바라보는
가을날이 빛깔 고운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부풀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