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95 알알이 가을 열매
열매들의 가을 나들이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어요
구슬도 보아야 보배라고 바꾸어 봅니다
들여다보지 않고 지나쳤으면
알알이 열매들의 가을 나들이를
무심히 지날 뻔했어요
늘 지나다니는 길에 알알이 구슬 열매가
햇살 받아 초록으로 반짝입니다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이 아니라
초록빛 맥문동 잎에 진초록 구슬입니다
조르르 맺힌 초록 구슬이 예쁘고 기특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사진으로 찍어봅니다
여름 내내 건강하게 피어난 초록잎에
보랏빛 꽃송이가 기분 좋게 쭉쭉 뻗어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싱그러운 웃음을 건네더니
이제는 사랑스러운 초록 구슬 열매로
야무지게 나를 반깁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코로나 일상에서도
꽃은 피고 지고 진 자리에 열매도 맺으며
쉬지 않고 변하고 성숙하며 영글어가네요
머무르지 않고 유유히 흘러가는
자연의 흐름이 경이롭습니다
사라져도 아주 사라지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밟아가는 순서가 있으며
변해가면서도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자연의 법칙이 풀포기에도 스며들어
초록 열매 곁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시 숨을 가다듬게 합니다
순간인 듯 영원인 듯 진지함에 이끌려
발걸음 문득 멈춰 선 그 자리에
눈부신 햇살도 함께 머물러 친구해 주는
이 가을날이 아름답고 풍요롭습니다
알알이 고운 초록 열매들을
흑진주 알맹이로 영글도록 어루만져 줄
금빛 햇살 한 줌이 고맙고 사랑스러운
눈부신 계절의 한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