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08 커피와 땅콩 사이
인생의 맛
커피와 땅콩의 만남이
문득 궁금해졌어요
지난번에 살림 마트에서
햇땅콩 한 봉지 사다가
손끝 아프게 반은 껍질을 까고
나머지는 껍질째 씻어
보송보송 가을볕에 말렸다가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보았어요
볶은 땅콩과 커피가 만나면
친구처럼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부질없이 해봤거든요
커피도 콩이고 땅콩도 콩이고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가 나는
원두도 있으니까요
그런데요 아뿔싸~!!
땅콩을 에어프라이어에 처음 볶는 거라
시간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중약배전이 되어 버렸어요
땅콩 껍질을 까 보니 갈색이 나고
알맹이를 먹어 보니 쌉싸름한 맛이 납니다
땅콩이 고소하다 못해 씁쓸해요
나머지 알땅콩은 시간을 줄여
약배전으로 해야겠어요
어쨌든 땅콩과 커피의 만남을
호기심만으로 어설프게 주선했으니
일단 먹고 마셔봅니다
커피의 쌉싸름한 맛에
땅콩의 씁쓸함까지 더해져
씁쓸 쌉싸름한 가을의 맛이 되었어요
인생의 맛이기도 한
씁쓸 가을 커피를 마시며 웃어봅니다
학생 시절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시험지를 뒤집어 끝번부터 풀던 생각이 났어요
다음번에는 생두를 에어프라이어에
로스팅해볼 생각에 혼자 또 웃어봅니다
인생의 어떤 맛이 나올지
은근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