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39 댑싸리의 가을 여행

인생의 여정

by eunring

인생의 여정과도 같은

댑싸리의 가을 여행이 한창입니다

코키아라고 부르기도 하고

사투리로는 비싸리라고 한다죠

예전에는 마당을 말끔히 쓰는

싸리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 심던 풀인데요


여름엔 그린뮬리처럼 초록이다가

가을이 오면 핑크뮬리와 다정한 남매처럼

곱디고운 붉은빛으로 물들어갑니다

핑크뮬리가 분홍 억새인

분홍 이삭인 듯 바람에 하늘거릴 때

댑싸리는 동글동글

기분 좋은 웃음 머금으며

울긋불긋 물들어가죠


꽃처럼 붉게 물들어

꽃댑싸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홍댑싸리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식물이라 제자리에 머무르며

쏟아지는 햇살과 친구하고

바람에게 세상 소식을 들어가면서

새 순 돋아 초록으로 자라다가

꽃도 피며 물들어가는 댑싸리가

순간에서 영원으로 가을 여행을 나선

나그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을을 물들이는

핑크뮬리는 수줍은 누이동생 같고

댑싸리는 훈남 오라버니처럼 보여요

분홍 떨이개 같은 핑크뮬리와

마당 빗자루 오빠 댑싸리가

초록에서 분홍으로 다홍빛으로

향기로운 빛깔 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여행은

본질로의 회귀'라는

티베트 속담을

댑싸리도 알고 있을까요?


자신이 온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마지막 불꽃 열정을 바람에 휘날리는

댑싸리의 가을 여행이

순간에 머무르다가 영원으로 소멸하는

인생의 여정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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