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35 꽃무릇에게 사랑을 묻다
만나지 못하는 사랑이라도
사랑은 아프고 쓰라린 것이나
그래도 사랑을 아는 것이
사랑을 모르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애타는
꽃무릇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꽃이 있을 땐 잎이 없고
잎이 피어날 때는 이미
꽃이 지고 없으니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다만 사랑할 뿐
만나지 못하고 서로 그리워하는
붉디붉은 꽃무릇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 건
실례일지 모르지만
붉은 꽃이든 초록 잎이든
꽃무릇에게 묻고 싶어요
만나지 못하는 사랑일지라도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거냐고 묻고 싶어요
붉은 꽃에게 그러냐 물으면
소리도 없이 배시시 웃기만 하고
초록 잎에게 그런가 하고 물으면
바람에 살랑 고개만 나부낄지라도
그래도 사랑으로 붉디붉은
꽃무릇에게 묻고 싶어요
아픈 만큼 깊어지는 마음이
품을수록 안타까운 그 마음이
그래도 아닌 것보다 나은 마음이라
눈시울 붉히듯 마음 한복판에
그토록 환하게 꽃불 밝히느냐고
꽃무릇에게 묻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