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82 엄마의 모자 사랑
자매들의 뷰티살롱 22
자매들이 여럿이다 보니
얼굴은 다른 듯 비슷해도
취미도 취향도 제각각이라
쟁여두는 것도 저마다 다릅니다
우리 집에는 주로 문구류가 쌓여 있죠
문방구에 일부러 가지 않아도
필기도구며 종이류 등 웬만한 건
집에서 대충은 해결이 됩니다
그라시아는 옷과 스카프를 쌓아두고
아네스는 차곡차곡 신발 상자를 쌓아두고
엄마는 옷과 모자를 쌓아두십니다
그리고 가족사진들을 조르르 펼쳐 두시죠
엄마는 외출하실 때
영국 여왕도 아니시면서
꼭 모자를 챙겨 쓰시기 때문에
모자가 겹겹이 쌓여 있는데
연분홍에서 분홍 핫핑크 보라 진보라
분홍에서 보랏빛 그라데이션입니다
나도 미장원 가는 날짜 미루다 보면
모자 푹 눌러쓰는 날이 많은데요
엄마는 베이지나 회색인 내 모자가
영 마뜩잖으신가 봅니다
조르르 쌓여 있는 모자들을 가리키시며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 골라 쓰라고
선심을 팍팍 쓰시는데요
오 놉~!! 정중히 사양합니다
내 모자는 패션이 아니라
단순 가림용이니까요
모양이며 장식이나 색깔보다는
편안함이 우선입니다
머리에 눌러쓰면 잘 가려지고
머리가 편안하면 그걸로 OK
엄마의 모자 사랑에는
애틋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 위로 오빠가 있었거든요
첫아들이라 애지중지했었는데
말도 배우기 전에 안타깝게도
별나라 아기가 되었답니다
오빠라는 이름의 아기가
반짝이는 별나라로 떠난 후
귀엽고 앙증맞은 아기 모자들만
서랍에 한가득이었대요
그래서였을까요 엄마는 우리들에게
애틋한 잔정을 주지 않고 아끼셨어요
첫아기에게 미리 다 주어버려서
주어야 할 사랑이 모자랐던 게 아니라
두고두고 아껴가며 천천히
오래오래 주고 싶으셨던 거죠
엄마의 모자 사랑
그 속에 담긴 오래전 기억 하나
문득 꺼내보는 가을날
내게는 해묵은 기억이지만
엄마에게는 여전히 새순 같은
기억이고 아픔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래저래 가을은
쓸쓸함으로 익어가고
애틋함 끌어안고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