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81 바람을 외우다
중국어 風
친구가 톡 문자로
이 계절의 주인공과도 같은
바람을 보내줍니다
문자로 바람을 어찌 보내냐고요?
風이라는 제목의
한시를 보내 주었어요
중국어 까먹지 말라고
한시 한 수씩 외워 보라고
다 외우면 또 한 수 보내준답니다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다가
코로나 일상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일시정지인 채로 두 계절이 지나갑니다
또 한 계절이 지나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오늘도 내일도
불투명하고 불분명해서
그동안 공부한 것마저도
바람에 휘리릭 날아가 버릴 참인데
친구가 내 맘을 알았나 봅니다
중국어 잊지 않게
한시 하나 보낸다며
그냥 외우면 계절에도 좋고
나이에도 좋겠다고요
다음에는 이백의 시를 준답니다
눈으로 외우면 귀로 달아나고
입으로 외우면 눈으로 달아나고
머리로 외우면 콧바람 타고 달아나는
가을이라는 이 계절에 한시를 외운다는 건
바람을 외운다는 것인데요
바람을 어디에 담을 수 있을까요
바람을 어디에 채울 수 있나요
바람을 무엇으로 잡을 수 있겠어요
마음을 스치고 달아나는 바람이
기억에 남을 수도 없고
손에 잡힐 리 없지만
그래도 친구가 보내준 바람이니
천천히 외워 봅니다
친구 멜라니아가 바람을 보내고
나는 그 바람을 외웁니다
가을은 바람으로 오고
바람으로 머무르다
바람처럼 가는 계절이니
가을=바람風
단순함 속에 온 우주가 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