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17 향기를 부여잡다

질소와 커피 사이

by eunring

커피는 역시 드르륵 원두 갈아

핸드 드립이 진리이긴 하지만

번거로운 건 반갑지 않고

게다가 남이 주는 커피가 맛있으니

짧지만 아침 산책을 겸한다는 핑계 삼아

테이크아웃 커피로 즐깁니다


1일 1커피지만

오후에 문득 커피가 당길 때는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드립백을 애용합니다


드립백을 맛있게 즐기려면

세 가지 팁을 기억하면 됩니다

커피 컵을 예열하고

물의 온도는 90도에서 95도 사이

30초 정도 뜸을 들이면

커피 맛이 더 풍부해져요


원두는 분쇄하는 그 순간부터

매혹적인 향기가 달아나기 때문에

괜찮은 드립백 커피는

질소 충전 포장이 되어 있죠


과자봉지에 많은 질소 충전 포장은

내용물이 부서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산화되는 걸 막아주는데요


빵빵하게 질소 충만한 봉지 속에서는

과자가 부서지거나 맛이 변하지 않죠

과자가 공기 중 산소를 만나면

산패되어 맛이 변하거든요

산소는 친화력 갑이라 무엇이든

만나기만 하면 즉각 반응을 하니까요


공기 중에 질소는 아주 많답니다

공기의 78%가 빛깔도 없고

맛은 물론 냄새도 없는 질소랍니다

그런데 다른 물질을 만나도

목석처럼 무반응이래요


질소는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누구를 만나든 데면데면

다른 것에는 반응하지 않고

혼자 놀기 좋아하는 수줍은 친구랍니다

쌀쌀맞고 인정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다정하고 따뜻한

츤데레 매력을 지녔나 봐요


니트로 커피라고도 하는

질소 커피는

커피의 눈물이라는

콜드 브루에 질소를 넣어서

커피의 신선함과 부드러운 맛을

오래 유지시켜 준답니다

질소가 커피의 산화를 막아 주는 거죠


커피와 질소는 어떤 사이일까요?

새침데기 질소도 커피 향에는

마음이 움직였을 것 같아요

산패를 막아주어 향기를 놓치지 않고

꼬옥 부여잡고 있으니까요


전구 속에 채워진 질소가

필라멘트를 보호하는 것처럼

드립백 포장 속 질소가

커피의 향미를 보호해주는

수호천사라고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츤데레 질소 덕분에

신선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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