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09 외로운 돛단배
중국어를 배우는 가을
가을은 마음잡고 공부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계절입니다
단풍잎도 살랑살랑
마음도 들쑥날쑥
차분히 주저앉아
책을 들여다보기에는
가을 햇살 너무 눈부시고
불어왔다 불려 가는 바람 따라
마음도 두런두런 소란스런 계절입니다
밀쳐둔 중국어 책 끌어당겨
다시 펴기도 내키지 않아
친구가 톡 문자로 보내준
한시 한 편 외워보려 해도
눈앞에서 살랑대다 사라질 뿐
한 구절도 머리에 남지 않아요
외우지 못하더라도
그냥 눈으로 읽어보려고
친구 멜라니아에게
방랑자 이백의 시 한 편을 부탁했는데
마음이 통했는지 멜라니아도
마침 보내려고 생각 중이었다며
바로 보내왔어요
'천문산 바라보며'라는 시입니다
이백이 천문산을 바라보며 쓴 시인데요
아름다운 천문산은
아바타 촬영지로 유명한 장가계에 있답니다
천문산은 장강을 끼고 양쪽으로
하늘로 통하는 문처럼 웅장하다죠
'외로운 돛단배는
햇빛 받으며 유유히 떠 오네'
짤막한 한시 한 편 외우기 쉽지 않아
끝 구절만 연거푸 중얼거립니다
햇살도 마음도 눈부신 가을날
바람에 날리는 방랑자 같은 인생의
외로운 돛단배 같은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가을도 저물고
사랑도 기울어가는
느긋한 오후의 햇살 안고
외로운 돛단배가 둥실둥실
마음의 물결 따라 떠내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