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15 나의 수국

나의 커피

by eunring

어린 왕자에게

어린 왕자의 장미가 있듯이

나에게는 나의 수국이 있습니다


바스락 소리 내며 가을이 깊어가는데

시들어가는 대신 어깨를 잔뜩 오므리고

이제는 다홍빛으로 물들어 말라가는

나의 수국 한 송이


'모란꽃 피는 유월이 오면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수국을 보며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학생 시절 부르던 노래가 떠오르는 건

아침마다 커피 한 잔 사러 오가는 길목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한 송이 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대신

나에게는 단 한 송이의 수국이 있습니다

첫사랑의 아련한 분홍으로 피어나

빗방울 머금으며 청보라로 물들다가

진보랏빛으로 영글더니


이제는 다홍빛으로

초록 잎새 끄트머리까지

가을 단풍으로 물드는

나의 수국 한 송이


기온 뚝 떨어지고

매정한 찬바람 불어오면

그리움의 날개 다소곳이 접으며

안녕이라고 작별의 인사 건네겠죠


그리움의 날개 대신

기다림의 날개 활짝 펴고

내년에 다시 보자고 웃으며

한해살이를 마무리할 나의 수국


어느 날 문득

커피 사러 가는 길에

수국의 자리기 휑하니 비게 되더라도

내년을 기약하며 사랑의 인사 건네야죠

눈에서 사라져도 마음에 남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을

나의 수국 한 송이에게

사랑의 눈인사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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