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게
어린 왕자의 장미가 있듯이
나에게는 나의 수국이 있습니다
바스락 소리 내며 가을이 깊어가는데
시들어가는 대신 어깨를 잔뜩 오므리고
이제는 다홍빛으로 물들어 말라가는
나의 수국 한 송이
'모란꽃 피는 유월이 오면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수국을 보며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학생 시절 부르던 노래가 떠오르는 건
아침마다 커피 한 잔 사러 오가는 길목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한 송이 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대신
나에게는 단 한 송이의 수국이 있습니다
첫사랑의 아련한 분홍으로 피어나
빗방울 머금으며 청보라로 물들다가
진보랏빛으로 영글더니
이제는 다홍빛으로
초록 잎새 끄트머리까지
가을 단풍으로 물드는
나의 수국 한 송이
기온 뚝 떨어지고
매정한 찬바람 불어오면
그리움의 날개 다소곳이 접으며
안녕이라고 작별의 인사 건네겠죠
그리움의 날개 대신
기다림의 날개 활짝 펴고
내년에 다시 보자고 웃으며
한해살이를 마무리할 나의 수국
어느 날 문득
커피 사러 가는 길에
수국의 자리기 휑하니 비게 되더라도
내년을 기약하며 사랑의 인사 건네야죠
눈에서 사라져도 마음에 남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을
나의 수국 한 송이에게
사랑의 눈인사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