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36 헤밍웨이와 커피
커피의 힘 커피의 위로
학생 시절 도서관에 콕 박혀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읽고 또 읽던 때가 있었어요
'노인과 바다'라는 헤밍웨이의 작품을
재미없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내던
그 시절 내게 책을 읽는 건
즐거운 여행이었죠
낯선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돌며
단번에 짠~ 순간 이동을 하기도 하면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그들의 삶과 생각을 기웃거리며
읽고 상상하고 상상하며 또 읽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립습니다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산티아고 할아버지와 이웃소년
소년이 할아버지에게 건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의 향기도
그 시절 책 속에서 만났습니다
여든 날에 나흘이 더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를 잡지 못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바다로 나가던
산티아고 할아버지에게 바다는
아마도 짙푸른 희망이었겠죠
85일째 되는 날 먼바다에서
치열하게 청새치와 실랑이를 한 끝에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힘겹게 고기를 잡게 되지만
항구로 돌아오는 도중에 상어 떼를 만나
상어는 죽고 물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고기의 뼈를 보고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고
졌지만 잘 싸운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고단함에 지쳐 깊은 잠에 빠지는데
꿈속에서 아프리카 사자를 만납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는 말속에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절망과 허무를 이겨내려는
굳센 믿음과 의지가 담겨 있죠
먼바다로 고기잡이를 나서는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배웅하며
이웃 소년이 건네는 커피 한 잔에는
깊은 사랑과 우정이 담겼을 거고요
지쳐 돌아와 고단한 잠에 빠진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위해 소년이 건네는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뜨거운 커피는
다정한 위로의 한 잔이 되었을 거예요
사랑과 위로가 찰랑찰랑 담긴
진하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함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바람 차갑고 스산한 가을날
소년이 건넨 커피처럼
우유와 설탕 듬뿍 넣어 뜨겁게 마시며
커피가 주는 위로와 함께
책이 건네는 위로를 느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