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40 사랑의 인사
영화 '우아한 거짓말'
어딘가에 있을 그리운 이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가을이 깊어갑니다
볕 좋은 가을날
어떠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대답하며
오늘도 진심이라고 말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봅니다
따돌림으로 인한
소녀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무겁고
진실을 알고 싶은 언니
그리고 일상을 이어가는 엄마라는
영화 소개말이 묵직하지만
배우들이 마음에 들어 다행입니다
김희애 배우는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딸 천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먼저 하늘로 간 남편에게 건네는 말이
가슴 아릿합니다
'천지를 만나거든
왜 그랬느냐 묻지 말고
꼭 안아주라'라고 하죠
천지를 괴롭히던 친구 화연의 엄마 가게에서
짜장면을 먹는 엄마의 모습도 뭉클합니다
화연의 엄마에게 천지의 엄마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말로 하는 사과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혀요'
진심과 거짓말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일 수도 있어요
누구에게나 진심은 있고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사연과 입장과 처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 누구도 거짓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거죠
'저도 천지가 그리워요'
화연의 눈물방울 속에도
거짓말이 아닌 진심이 있고
천지가 화연에게 남긴
빨간 실타래 속 메모에도
안타까운 진심이 담겨 있어요
'그래도 용서는 하고 갈게
나는 가고 너는 남으니까
이제 다시는 그러지 말기를
힘들어하지 말기를'
진심과 진심 사이에도
분명 빈틈이 있고
그 빈틈을 비집고
슬픔이 스며드는 거죠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집에 가자고
화연의 손을 잡는 만지도
동생 천지에게 어쨌든 무심했던 언니여서
두고두고 마음이 아프겠지만
아픔을 끌어안으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될 거예요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 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묻고 불쌍해서 못 묻고
원통해서 못 묻는다'는 엄마도
아프게 기억하고 또 그리워하면서
천지를 두고두고 사랑하게 되겠죠
천지의 책상을 어루만지다가
빨간 털실 속에 남겨진 천지의 메시지
'엄마 씩씩하게 잘 지내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사랑해요 엄마'
작별인사를 꺼내 다시 읽으며
'천지야 사랑한다'라고 중얼거리는 엄마는
꿈에 천지를 만났다는 만지의 말에
잘 있나 보다고 다행이라며
비로소 웃습니다
'항상 다정했던 우리 천지
넌 언제나 예쁜 동생이었어
네가 멀리 있어도 잊지 않을게
사랑해 내 동생'
만지도 함께 웃으며
천지를 마음으로 끌어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잘 견디며 지내고 있을
소중한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다정한 사랑의 인사가
'우아한 거짓말'에 담겨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지?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지?
고마워 잘 견뎌줘서'
도서관 우울증 책 뒤에 숨겨진
천지의 빨간 털실뭉치 속 마지막 메시지를
힘든 시간을 견디는 모두에게
살며시 건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