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44 바람 나들이

동검도 나들이

by eunring

흐린 가을 하늘 아래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품고

금빛으로 나부끼는 갈대도 끌어안으며

저물어가는 계절도 함께 품에 안은

동검도에는 지난 가을 나들이의 추억이

고요히 머무릅니다


강화도 남동단의 작은 섬 동검도는

강화도의 숨은 보석이라 불린답니다

섬이긴 하지만 조그만 다리로 이어져

멋진 저녁놀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저무는 해님을 배웅할 수 있어요


눈부시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마중하는 대신

평온하게 지는 저녁해를 배웅하며

오고 가는 모든 것들을

차분히 끌어안는 섬 동검도


세상만사가 오면 머무르다 가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도 왔다가 머무르다 가는 것이죠

하루 해가 저물고 계절이 저물어가듯이

사랑도 사람도 인생도 언젠가는 저물어요


동검도의 어느 하루

조그만 예술극장에서 추억의 영화를 보고

서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창밖으로 저무는 석양빛에 마음을 주던

친구들과의 소풍 같은 시간들이

문득 그립습니다


내일도 해님은 잊지 않고 떠오르고

저무는 가을 하늘 아래

동검도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라도 떠나면 되는

나들이의 계절이죠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고운 단풍잎 하나 어깨에 얹고

바람처럼 가벼이 강물 따라 유유히

동검도 나들이 나서기에 좋은

바람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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