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45 허공에 기대 선 여인
슬기로운 일상 레시피
밥은 봄처럼 따스하게 먹는 게 좋다고
빙허각 이씨는 말했답니다
'밥은 봄처럼 따스하게
국은 여름처럼 덥게
장은 가을처럼 선선하게
술은 겨울처럼 차갑게'
참 슬기로운 일상 레시피죠
빙허각 이씨는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인데요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고집이 센 소녀였는데
열한 살 어린 나이에 자신의 호를 스스로
빙허각이라 정했답니다
허공에 기대 선 여인이라는 뜻이니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겠다는
굳센 의지의 표현 아닐까요
1809년 조선 순조 9년에
한문을 잘 모르는 여성들을 위해
그 당시 언문으로 '규합총서'라는
가정 백과사전을 만들었는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레시피들을 담은
알뜰살뜰 슬기로운 한글책이었답니다
'규합'은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방이고
'규합총서'는 부녀자들에게 필요한 살림법과
일반적인 교양 등을 정리해 놓은 책으로
장 담그기 술 빚기와 음식 갖은 반찬 등
식생활 전반을 다루고
옷 짓고 수놓고 물들이는 법과 길쌈
빨래하는 법 등 의생활 전반을 다루며
밭 갈고 꽃과 과실나무 가꾸기
가축 기르기 벌치기 등 농가 생활과
태교와 아기 기르기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구급법과 민간요법 등을 제시하고
미신을 예방하는 내용까지 담았답니다
장 담그는 법 하나만 보아도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입니다
'물을 각별히 가려 써야 장 맛이 좋으니
좋은 물을 길어다 큰 시루에 독을 안치고
간수가 다 빠진 소금 한 말을 시루에 붓는데
물은 큰 동이로 가득 부으면 티와 검불이
모두 시루에 걸릴 것이니
차차 소금과 물을 그대로 떠서
메주의 양과 독의 크기를 가늠하여 소금을 푼다'
빙허각 이씨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비록 책의 내용이 많긴 하지만
모두가 건강한 삶을 위해
주의해야 할 것들이고
집안을 다스리는 중요한 방법으로
귀결되는 것들이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고
부녀가 마땅히 연구해야 할 내용이다
그래서 이렇게 서문을 지어
집안의 딸과 며늘아기에게 보여준다'
슬기로운 일상 레시피가 담긴
'규합총서' 중에서 밥과 죽 레시피를
쉬운 말로 바꾸어 덧붙입니다
'밥과 죽은 돌솥이 으뜸이요
질그릇 솥이 버금이라
너무 더워 밥이 쉬거든
생 비름 잎을 위에 깔면
밤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좋은 팥을 통째로 진하게 삶아
팥은 건지고 팥물에 좋은 쌀로
밥을 지으면 빛깔과 맛이 각별하다'
오늘 점심은 따끈따끈
돌솥밥 어때요?
아니면 보랏빛 팥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