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87 비움의 노래

은행잎 뚝뚝 사진

by eunring

가을이라는 이름의

무명가수가 부르는 가을의 노래는

한순간 찬란하고 하염없이 쓸쓸한

비움의 노래입니다


가을이 저물어간다고

그리고 곧 겨울이 온다고

옷은 한 겹 더 두툼해지지만

나무는 훌훌 미련 남기지 않고

이파리를 아낌없이 떨구어 냅니다


비워야 살아낼 수 있음을 알고

가벼워야 긴 겨울 추위를

견디고 버틸 수 있다는 걸

아는 까닭입니다


지난 봄날의 눈부심보다도

지난 가을의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붉음으로 화려한 만큼 외롭고

금빛으로 찬란했던 만큼

적막했음을 아는 까닭입니다


가을의 노래는

비움의 노래입니다

비우는 가을 견디고

차가운 겨울 버틴 후에야


비로소 설렘의 연둣빛으로

다시 차오르는 봄날이 온다는 것을

가을이라는 이름의

무명가수에게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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