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88 가을앓이
낙엽 사진 곁에서
기대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럴 땐 새하얀 벽을 바라본다
마음만 벽에 가만히 기대어 본다
고단하게 얼룩진 흔적을
벽에 남기고 싶지 않아
울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럴 땐 물끄러미 하늘을 쳐다본다
마음으로만 소리 없이 울어 본다
눈물은 참아보기로 해
그냥 참아보려 해
부질없이 중얼거리고 싶을 때도 있지
그럴 땐 오히려 귀를 열어 본다
귀 기울여 주변의 소리를 들어 본다
내 소리보다 더 아픈 소리가
분명 있을 거니까
바스락거리는 낙엽 방석 위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물론 있지만
잠시 서성이고 머뭇거릴 뿐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으면
하늘에서 멀어지니까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걷기로 해
걷다 보면 길이 나오고
걸어가다 보면 길이 된다잖아
바스락 소리 밟으며 걷는 가을길
금빛 햇살의 눈부신 위로가 있으니
쓸쓸하긴 해도 사랑스럽지 않니
꽃길은 아니라도 꽃보다 곱지 않니
다만 바스락거릴 뿐
바람 한 줄기에도 기대지 않고
울음소리 한 방울 떨구지 않는
낙엽들의 애잔한 머뭇거림이
소란하지 않아 오히려 안쓰럽지만
잠시 머뭇거리다
바람 여행을 떠나는
낙엽들의 가을앓이가
안타까운 만큼 자유롭지 않니
마음의 시름까지도
낙엽과 함께 나풀대며
가을 여행을 떠나지 않니
마음도 나비처럼 자유로이
바람에 묻어 날아오르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