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15 아버지와 커피 한 잔

바흐의 커피 칸타타

by eunring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이루지 못한 아쉬움 중 하나는

아버지와 커피 한 잔 나누지 못한 건데요

아버지는 다방 커피를 즐기셨던 기억이 있고

약처럼 써 보이는 커피에 달걀노른자가

동동 떠 있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커피 맛을 제대로 모르던 때라

아버지와 커피 한 잔의 추억을 만들지 못해

딸바보 아버지와의 추억 속에

커피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그 시절 경양식집에서 아마도

후식으로 커피가 나왔을 텐데

함박스테이크의 기억만 또렷하고

커피는 존재감 제로입니다


딸바보 아버지는 어린 딸에게

커피 마시는 걸 가르치지 않으신 채

너무 일찍 저 먼 별나라로 가셨어요


바흐의 '커피 칸타타'

아버지와 딸의 아리아를 들으면

이제는 나보다 훨씬 젊은 별나라 아버지랑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번거롭더라도 신선한 원두 갈아서

서툴더라도 핸드드립으로 내려서

큼직한 머그잔에 찰랑찰랑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바흐도

커피광이었답니다

'모닝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나는 다만

말린 염소고기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할 만큼 커피를 좋아했다죠


종교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커피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한다는

이야기에 푸훗 웃어봅니다


'커피 칸타타'는

커피를 소재로 한 희극 칸타타인데요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말리는 아버지와

커피가 없으면 못 산다는 딸의 이야기죠


당시에는 커피가 여자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었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딸 리센에게

커피는 몸에 좋지 않으니 마시지 말라고

수없이 당부하는 아버지의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노래하죠


아 커피 맛은 정말 기막혀

키스보다 달콤하고

와인보다 부드러워

커피 난 커피를 마셔야 해

내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제발 한 잔의 커피를 달라고

딸은 노래합니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 금지령을 내리며

커피를 계속 마시면 산책도 못 나가게

집에 가두겠다고 위협도 하다가

예쁜 옷을 사준다고 달래기도 하고

커피만 마시지 않으면

곧 결혼을 시켜 준다는 아버지의 제안에

딸은 조건 하나를 내걸며 받아들입니다


아버지 몰래 혼인 서약서에

언제나 커피를 마셔도 좋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거죠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니

아버지는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며

커피예찬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세속 칸타타인 '커피 칸타타 BWV 211'

풍자와 익살이 넘치는 가사는

프리드리히 헨리가 썼고

바흐가 자주 다니던 카페에서 연주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해요

그 당시에는 카페에서

작은 공연이 열리기도 했답니다


'커피 칸타타'를 들으며

향기로운 커피 한 잔

바흐와 함께

그리고 별나라 아버지와 함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714 철학을 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