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35 가족이라는 이름의 섬

영화 '디센던트'

by eunring

가족이 하와이 같다는 말

한 덩어리지만 각기 떨어진 섬이고

그리고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진다는

아빠의 말이 가슴에 맺힙니다

가족이라서 사랑한 만큼

가족이기 때문에 상처를 주기도 하죠


'안녕 나의 사랑~

나의 친구 나의 아픔

나의 기쁨이여 안녕히~'

죽음과 나란히 누워 있는 아내에게

용서와 작별 인사를 건네는

아빠의 눈물이 쓰리고 아립니다


보트 사고로 머리를 부딪쳐

의식 없이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아내가 거짓말쟁이라는 것밖에 모르겠다는

맷 킹 역의 조지 크루니의 연기가

편안하게 잘 어울려서 오히려 쓸쓸해 보이죠

아내의 배신을 알고 그 남자를 찾아 뒤쫓는

쪼잔함까지도 멋져서 웃퍼요


가족이란 서로에게 무엇일까

곰곰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디센던트'는

하와이의 파란 하늘과 더 파란 바다

초록빛 싱그러운 숲을 아름답게 보여주며

빨간 히비스커스 꽃 같은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뜻밖에 닥친 가족의 죽음을 배웅하는 영화인데

코미디 장르거든요


물론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의 한 여인이

한 남자의 아내이며 두 딸의 엄마이고

고집스러운 아버지와 치매 어머니의 딸이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는 아픔이

파도소리처럼 소란스럽게 깔려 있긴 합니다


호흡기를 꽂고 누워 있는 엘리자베스에 대한

기억과 입장이 저마다 다릅니다

아내의 배신을 느닷없이 알게 된 남자 맷

엄마의 배신에 상처 받은 큰딸 알렉스

아무것도 모른 채 슬픈 표정인 작은딸 스코티

사위가 미운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엘리자베스를 영국 여왕으로 생각하는 치매 엄마


아내의 죽음을 배웅하는 한 남자

엄마의 죽음을 배웅하는 두 딸

딸의 죽음을 배웅하는 늙은 부모

친구의 죽음을 배웅하는 친구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이

아름다운 하와이의 풍경을

얼룩지게 합니다


작은딸 스코티가 달걀을 싫어하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된 아빠는 당황스럽고

이제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며

엄마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말에

왜 하필 수영장에서 말하느냐고

물속에 들어가 우는 큰딸 알렉스의 모습이

보는 나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아빠와 두 딸은

하와이 꽃목걸이를 두르고

하와이 바닷물에 엄마를 띄워 보내고

목에 두르고 있던

꽃목걸이를 바다에 던지며

엄마를 배웅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TV 앞에 나란히 앉아

담요 하나를 사이좋게 나눠 덮으며

남극의 황제펭귄 이야기를 보는

아빠와 두 딸의 모습이 다정하고

따스해 보여 다행입니다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와이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파라다이스에서 사는 거라 생각하지만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와이는 그저 일상일 뿐'이라는 말처럼

그저 일상일 뿐이라 해도

영화 속 하와이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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