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42 불타는 사랑

사막을 꿈꾸다

by eunring

나는 아직 사막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여행복도 타고나는 것인지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던 여행

소란한 바이러스에 밀리고 또 밀려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귀히 여기던

꽃밭 언저리에 선인장 화분이

몇 개 놓여 있었는데요

잔가시에 찔리기도 했지만

붉은 꽃이 매달린 모습이

이국적이었습니다


언젠가 사막에 가보리라는 생각을

그때 막연히 했었던 것 같아요

사막의 모래바람에 휘감겨보고 싶었고

사막의 여우도 만나보고 싶었고

모래언덕에 앉아 사막의 저녁놀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싶었죠


나는 아직 사막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신기루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굳이 사막을 찾아갈 필요가 있나 싶어요

때로 우리 사는 인생이

사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수시로 몰아치는 바람이

사막의 모래바람 못지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막 여행은 나중 나중으로 미뤄놓고

선인장 화분을 바라봅니다

온몸에 잔뜩 물 머금은 선인장의 꽃말이

불타는 사랑이라기에 고개 갸웃하며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묵묵한 사랑을 한가득 끌어안은

물 같은 표정에 담긴 붉은 열정

메마른 선인장이

머금고 있는 물속에서

사막처럼 불타는 사랑이

소리 없이 이글댑니다


언젠가 사막을 여행해 보리라는

어설픈 꿈을 다시 꾸어봅니다

꿈은 반드시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오아시스 닮은 간절한 꿈 하나 마음에 심어

선인장 화분 곁에 나란히 둡니다


선인장 붉은 꽃처럼

내 꿈도 곱게 피어나기를 꿈꾸며

사막의 여우에게

톡을 날립니다


사막의 여우야~

기다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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