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55 일하고 요리하고 감사히 먹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감성 충만한 빗소리와
연보라 수국으로 시작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음식으로 추억을 되새기고
음식으로 감사하며
음식으로 힐링하고
음식으로 청춘의 아픔을 달래면서
나의 길을 찾아가는 영화가 아닐까
엄마의 빈자리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엄마처럼 요리하면서
엄마를 생각하고 이해하고 배우는 딸의 시간
엄마는 쉽고 간단해 보이는 음식 하나에도
사랑과 정성과 감성을 담았다는 것을
딸 이치코는 비로소 깨닫는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철부지 딸들은 습관처럼 외쳐대지만
엄마의 발자국을 밟아가는 동안
엄마의 인생도 조금씩 이해하고 공감하며
성숙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부지런히 일하고
정성과 감성으로 요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으며
쉬고 생각하고 멈추고 머무르다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을
코끝 싸한 겨울날 보는 것도 괜찮다
자전거 바퀴에서 빗방울이 흐를 것 같은
안개에 덮인 그녀의 고향 코모리는 분지다
습한 공기의 느낌이 젖어드는 초록이 눈부시고
지느러미가 달렸다면 헤엄칠 수 있을 거라는
그녀의 엉뚱함이 재미나고
초록이 싱그러워 마음이 빨려 든다
그녀는 도피라고 하지만
자연 속에서의 여유로운 쉼이고
향기로운 초록의 시간이다
그녀의 첫 번째 요리는
집안의 습기를 몰아내기 위해 난로를 피운 김에
열과 습기를 좋아하는 이스트로 만드는 빵이다
한여름 장마철에 불을 피우고 땀 흘려가며
빵 반죽을 하는 그녀의 손놀림이 진지해서 예쁘다
열심히 치대서 반죽을 하고
빵을 굽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잡초를 뽑다가
집중하는 두 번째 요리는 단술이다
감주를 만들어 하루 묵힌 후
이스트를 넣어 반나절이면 발효가 되고
면 보자기에 꼭 짜서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제초작업 후 시원하게 한 잔 쭈욱~
보기에도 달고 시원해 보인다
세 번째 요리는 수유 잼
수유나무 열매로 잼을 만들며
도시에서 만난 남자 친구와
먹을 수 있지만 쓴 열매를
나무에서 따 먹던 생각을 한다
그와 헤어진 후 고향 코모리로 온 그녀가
시간과 노력의 낭비라고 아쉬워하지만
도시에서의 시간은 그녀 안에서
뭉근하게 익어가는 청춘의 잼이 아닐까
빨간 수유 열매로 잼을 만들며
그를 생각하며 잼을 만드는 건 바보라고 하면서도
바게트 빵에 빨간 수유 잼을 발라 먹으며
진하고 시큼하다며 웃는 그녀가 참 예쁘다
네 번째 요리 우스터소스는 간장 베이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유명한 소스인데
집안의 비법인 줄 알았다는 그녀
개암을 갈아 만드는 누텔라 잼
그것 역시 슈퍼에서 파는
초콜릿과 헤이즐넛으로 만든 잼으로
바게트 빵에 듬뿍 발라 바사삭 소리 내며 먹는 그녀에게서 바게트 속살 같은 그리움이 보인다
밤이면 별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도
그리움 안고 반짝인다
다섯 번째 요리는 멍울풀 다짐 반찬으로
밥에 비벼 참마보다 더 많이 먹는다는데
내게는 익숙하지 않고
여섯 번째 요리는 곤들매기
일곱 번째 요리는 홀토마토 병조림이다
토마토는 강하고
버리는 씨앗에서 이듬해 다시 싹이 나서
가만두면 정글이 되어버린다는데
홀토마토소스로 스파게티를 만드는
그녀의 모습이 진지해서 더 맛있어 보인다
주먹밥 싸들고 논에 다녀와
가을 첫 번째 요리는 으름으로
두 번째 요리 호두를 씻어 말리고
살짝 볶아 수건 덮고 망치로 두드려서
껍질 제거하고 호두 반죽을 만들어
밥을 할 때 섞으면 맛 좋고 향 좋은 호두 밥
호두 밥으로 주먹밥을 만들면
얼마나 고소하고 향긋할까
세 번째 요리는 송어요리
네 번째 요리 밤 조림
다섯 번째 요리 고구마 말랭이
토란과 고구마는 추위에 약해서
빨리 캐지 않으면 썩는다며
겨울 양식을 준비하고
갈무리하는 손놀림이 야무지다
추워지고 눈이 쏟아지면 집콕 생활이니
고구마 말랭이를 구워 먹으며
겨울을 맞이한다는 그녀의 집에
머무르는 찬바람 소리도 아름답다
여섯 번째 요리는 오리 요리
서리가 내린 아침
훈탄을 만들어 밭에 뿌리고
일곱 번째 요리는 스튜와 시금치 스테
요리는 마음의 집중이라는
엄마의 레시피를 기억하는 그녀가
부지런히 일하면서 스스로 요리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는 모습이
야무지고 사랑스럽다
제철 채소를 기르고 씻어 자르고
볶아 간을 하고 엄마 흉내를 내도
엄마의 요리만큼 맛이 없다고 중얼거리는
그녀에게 드디어 엄마의 편지가 온다
'엄마가 편지를 보냈다'는
그녀의 중얼거림으로 영화는 마무리
이어서 '겨울과 봄'을
또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