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57 인생은 감동이다
영화 '오베라는 남자'
엄근진 표정의 오베라는 남자는
저절로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 고집불통에
괴팍하고 퉁명스러운 원칙주의자이고
화를 잘 내는 까칠 대마왕 이웃이지만
'오베라는 남자'라는 영화는
한없이 따뜻합니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밝고 따사로운 겨울 볕 같은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보고 있노라니
세상은 매서운 찬바람으로 가득하지만
마음의 창문으로는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어요
세상이라는 겨울 한복판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건네는
'오베라는 남자' 덕분에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있어 기댈 수 있고
기억 속에서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귀찮고 번거롭지만 그만큼 정다운
이웃이 있으므로 인생은 따사롭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안심하게 됩니다
오베라는 남자의 츤데레 매력에
어느새 빠져들어 웃다 울다
또 웃고 있는 내가 웃퍼요
오베라는 남자는
어릴 적 부모의 죽음과
그에게 오직 하나의 창문이었던
아내 소냐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과 상실과 고독에 갇혀 있어요
오베라는 남자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던 아내 소냐는
아버지를 여의고 집도 잃은 그에게
한 줄기 빛처럼 찾아와
그의 어둠을 비춰준 사람이었죠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그에게
그녀는 색깔이었고
그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으므로
그의 전부였던 아내의 죽음 이후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립니다
소냐에 대해 떠들어 대면
그나마 남아 있던 소냐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까 봐 두렵다는 그는
'소냐 전엔 나도 없었고
소냐가 없으면 나도 없는 거'라고 해요
소냐에게 가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하지만
시시때때로 들이닥치는
번거로운 이웃들로 인해 기회를 놓치고
그의 계획은 또다시 제자리걸음입니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어렵다는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건 어렵다고 하죠
그 잘못이 오래된 것일 때는 더욱~
옆집에 이사 온 파르바네 부부와
어린 딸들에게 까칠하고 괴팍하게 굴지만
오베의 따뜻한 속마음을 감지한 파르바네가
오베의 단절된 일상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까칠 대마왕 오베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갑니다
동성애를 부정하지만
커밍아웃을 하고 집에서 쫓겨난
소년을 받아들여 함께 산책을 하고
전신마비로 누워 있는 옛 친구가
요양시설로 옮겨질 위기에 처하자
그가 아내 곁에 머무를 수 있도록 구하기도 하며
혐오하던 길고양이도 데려다 키우게 됩니다
이웃집 파르바네가 말하듯
세상을 혼자 살 수 없는 거죠
파르바네의 아기가 태어나자
아기 침대를 선물하면서
갓난아기를 안아주는 모습이 포근하고
키보드가 없다고 투덜거렸던 그가
파르바네의 딸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하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 정답고 흐뭇합니다
소녀를 옆자리에 태우고 운전을 하며
'이런 게 인생이야'라고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이 맺히죠
그는 심장 이상으로 소냐 곁으로 가지만
오베가 늘 발로 툭 차며 현관문을 닫았듯이
발로 툭 차며 그대로 하는 소녀의 행동이
오베를 추억하는 따뜻한 메시지 같아서
애잔한 마무리까지 밝고 유쾌하고
기분 좋은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요즘처럼 지치고 울적할 때 보기 좋은
비타민 톡톡 감동과 위로를 주는 영화죠
겨울 햇살 따사로운 창가에 앉아
혼자 보기 좋은 영화랍니다
키드득 웃다가 눈물 똑
그러다 또 배시시 웃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