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제대로의 함정에 빠져있다. 제대로의 함정이란 무엇을 시작하려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조차 못 하는 상태를 뜻한다. 나는 올해 2월,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는 작심삼일의 법칙에 따라 단 세편의 글을 완성하고 쓰기를 멈췄다. 2월 이후로 글을 쓰지 않았으니 이 글은 거의 넉 달 만에 쓰는 글이다. 그동안 왜 글을 쓰지 못했느냐. 수 백 가지 핑계를 댈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글을 써야만 한다는 강박 눌려 나는 그동안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직장 그만두고 ‘제대로’ 써야지.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제대로’ 써야지. 이번 주말에 서울 갔다 와서 다음 주부터 ‘제대로’ 써야지. 다이어트 끝나면(언제?) ‘제대로’ 써야지.
이렇게 제대로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던 어느 날, 은유의 <쓰기의 말들>의 한 문장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미루겠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테드 쿠저”
오늘 쓰지 못하면 내일도 쓰지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 쓰지 않으면 ‘내일 제대로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평생 한 자도 못 쓰고 죽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쓰기로 했다.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 버리고. 힘 빼고 그냥 툭.
저번 주는 스트레스로 인해 단짠을 반복하며 운동을 소홀히 했다. 일주일 동안 운동을 쉬고 나니 전처럼 옷을 챙겨 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보다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 그날도 운동을 못했다고 징징거리며 초코모찌롤을 털어 넣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말했다. “그냥 가볍게 해 조금씩. 갑자기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 실패없이 성공 하고싶다는 욕심. 모든 것을 빈틈없이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욕망. 그런 욕망이 무엇보다도 나의 글쓰기와 꿈을 가로막고 있었다.
제대로 시작조차 못 할 거라면 힘 빼고 대충 시작이라도 해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러니까 좌충우돌 얼렁뚱땅, 그러나 멈추지 않고 계속 써보겠습니다. 대충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