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길_ 묵시아, 피스테라(피니스테레)
피스테라 공립 알베르게에서는 그곳의 공식 세요를 크레덴시알에 찍어주면서 그 옆에 한국인들에게만 '참 잘했어요' 한글 도장을 한 개 더 찍어준다. 많은 세요들 중에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께 받던 '참 잘했어요' 도장은 이 길 위에서 피스테라가 두 번째다. 첫 도장은 아스토르가 Astorga 산타 마리아 대성당 Catedral de Santa Maria 직전에 있는 알베르게였다. 이곳에서도 공식 세요를 찍어주고 바로 그 옆에 한국인들에게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준다.
알베르게에 머물렀던 한 순례자가 순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후 추억을 떠올리며 '참 잘했어요' 도장을 우편으로 보냈고, 알베르게의 오스피탈레로는 순례자의 우정을 기리며 그 길을 걷는 다른 한국인 순례자들의 크레덴시알에 잊지 않고 그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한 사람의 따듯한 마음으로 시작되었지만, 많은 한국인 순례자들이 길 위에서 친절과 공동체적인 형제애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도장 하나가 뭐라고... 그 도장을 받은 한국인은 모두가 하나같이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되어 박수를 치며 웃는다. 서로가 나눈 작은 호의와 친절이 다른 순례자들에게 더 큰 기쁨으로 전해지는 것, 나는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라 생각한다.
대성당을 둘러싼 거리는 순례자들의 환호와 음악, 춤으로 가득하다. 함께 그 길을 걸은 동료 순례자들과의 축제를 뒤로하고 나 혼자만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새벽 찬공기를 들이마신다. 묵시아와 피스테라로 향하는 카미노는 내 순례길의 마지막을 장식할 화려하고도 애잔한 갈라쇼이자 에필로그다. 배낭은 무겁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아무도 없는 언덕 위에서 뒤돌아 본 대성당은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찬란한 영광을 잠시 그곳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