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_2

산티아고 대성당

by 은섬


성당은 그 규모와 기능, 성격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여러 가지인데 주교좌성당 cathedral과 대성당 concatedral, 성인의 유해나 무덤이 있는 성당 basilica, 사제가 상주하는 성당 또는 교구 성당 iglesia , igrexa, parroquia,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규모의 경당 또는 공소 capilla, ermita, 수도원과 수녀원 monasterio, convento 들로 순례자들은 이런 명칭이 붙은 곳을 길 위에서 만나면 잠시 몸과 마음을 쉬었다 간다.


순례길의 마지막 구간인 몬테 도 고소(Monte do Gozo) 언덕은 산티아고 대성당이 보이는 곳으로 긴 순례길에 처음으로 대성당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기쁨의 언덕'이다. 도시의 중심부를 순회하는 시내버스가 오가는 도로를 따라 상가가 길게 줄지은 베드로 길(Rua de San Pedro 루아 데 산 페드로)을 걸어 임마꿀라따 광장으로 들어간다. 광장과 연결된 아치터널을 통과하면 오브라도이로 광장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종탑이 양 쪽으로 우뚝 선 성당의 정면과 영광의 문을 마주하게 된다.


9세기 야고보 성인의 무덤 위에 처음 세워진 성당은 18세기 후반까지 소실과 재건, 확장을 거듭하면서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등 모든 시대의 대표적이고 아름다운 건축과 미술이 더해졌다. 지금도 이 오래된 성당은 복원작업을 지속하며 숨겨진 옛 흔적들을 찾아내고 있다.


https://youtu.be/r2yUMSlcoC0

2010-2020년 산티아고 대성당 복원 작업


북쪽 임마꿀라따 Innaculada 광장과 아사바체리아 Azabacheria 문

임마꿀라따(인마쿨라타)라는 의미는 '원죄 없는 잉태'다.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의 후손인 인간은 누구나 원죄를 지니고 있으며 세례를 통해 원죄에서 벗어난다는 가르침과 예수를 잉태한 어머니 마리아의 무염시태를 말한다. 이 광장과 이어진 성당의 북쪽 문은 아담과 하와의 원죄와 구원을 조각한 천국의 문으로 장식되었으나 붕괴되었고 그 후 아사바체리아 문이 새로 설치되었다. 예로부터 이 도시에는 아사바체리아 지역이 있었는데 흑옥(Azabache 아사바체) 장인들이 많았고, 지금도 이 광장 뒤쪽으로 보석상과 주얼리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서쪽 오브라도이로 Obradoiro 광장과 영광 Gloria의 문

오브라도이로 광장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상징이자 대표적 이미지로 대성당의 중앙문과 전면부를 품고 있다. 석조 작업장이란 뜻의 오브라도이로스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성벽과 궁전, 병원 등 대규모의 석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석공들이 도시에 자리 잡고 작업을 하였다. 대성당의 서쪽 전면은 바로크 후기 양식인데,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을 매우 화려한 외형으로 바꾼 것이다. 영광의 문 또한 거장 마태오에 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되었으며 이 문에서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산티아고의 기둥을 만날 수 있다. 이 기둥 뒤쪽 아래 조각된 얼굴이 장인 마태오의 모습이라고 한다.


남쪽 플라테리아스 Platerias 광장과 플라테리아스 Platerias 문

플라타(plata)는 '은(silver)'을 말하는데, 화려한 은세공 방식에서 유래한 건축방식으로 후기 고딕과 초기 르네상스 사이에 나타났다. 로마네스크의 묵직한 벽면에 은세공 방식의 플라테레스크 장식으로 꾸며진 문에는 여러 부조가 새겨졌는데 대부분이 은세공 장인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문 옆에는 시계탑이 있고 계단 및 광장에는 네 마리의 말과 석관, 별을 들고 있는 인물상으로 장식된 분수가 있다. 중세부터 은 세공업자들과 그 상점들이 이 광장을 중심으로 모여있었고 현재에도 이곳에서 은 장식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동쪽 킨타나 Quintana 광장과 자비(용서) Perdon의 문

킨타나는 '공공의, 모두의, 개방된'이란 뜻으로 이 광장과 연결된 용서(자비)의 문과 관련된 이름이다. 이 문은 평소에는 닫힌 문으로 야고보 성년인 해에만 열린다. 야고보 성년(희년)은 야고보 축일인 7월 25일이 일요일인 해를 말하며 이 해에 자비(용서)의 문을 통과 한 순례자들에게는 죄 사함의 은총을 받는다. 용서와 자비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공의 것이라는 의미다. 문 위쪽 중앙은 야고보 사도이고 그 양쪽 작은 인물 둘은 야고보의 제자인 아타나시오와 테오도로다. 문 양쪽으로는 24명의 성경의 인물이 조각되어 있다. 구약과 신약의 중요 인물들로 구성되어 예수를 중심으로 구약과 신약이 만나 완성됨을 의미한다. 영광의 문을 제작한 장인 마태오의 작품이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내부는 약 8,300㎡ 면적의 거대한 십자형 평면도형이다.


영광의 문으로 들어온 순례자는 중앙 기둥에서 야고보를 만난다. 예전에는 순례자들이 기둥 아래에 손을 얹는 의식을 했으나 기둥의 보존을 위해 지금은 하지 않는다. 거장 마태오에 의해 완성된 이 웅장한 작품은 왼쪽으로는 구약의 중요 장면과 인물들이, 오른쪽으로는 신약의 사도들과 최후의 심판인 천국과 지옥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상단에는 요한묵시록의 원로들과 복음사가, 천사들이 조각되어 있고 정 중앙에 그리스도가 자리하며 구원의 역사를 나타낸다.


영광의 문을 지나 정면 중앙 제대 위로 야고보 사도의 반신상이 있는데 순례자들은 제대 옆 계단으로 올라가 야고보상에 손을 얹거나 껴안고 기도를 한다. 제대 아래 지하에는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있어 참배한다.


야고보 사도의 반신상과 유골함


매일 정오에 거행되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는 날마다 도착한 순례자들의 국가명과 명수가 호명되는데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꼬레아'라고 울려 퍼지는 소리와 8명이 매달려 흔드는 대향로(Botafumeiro 보타푸메이로)의 향기는 가슴속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대성당 안에 들어가려면 순례길에서의 배낭은 짐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대성당과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큰 배낭은 반입이 안된다. 알베르게를 잡지 못한 채 순례증명서를 발급받는 경우 순례자 사무소에 짐 보관을 먼저 문의하자. 대성당 근처에도 물품보관소가 있지만 주변이 워낙 복잡해 초행길에는 찾기가 어렵다. 지정된 보관소 이외 다른 곳(식당, 카페, 약국, 경찰서 등)에서는 배낭을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가방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순례자 미사를 놓칠 수 있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역사와 규모에서 다른 대성당들보다 월등히 많은 유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순례자들에게는 박물관 입장료가 할인되므로 꼭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박물관 및 성당에 관한 여러 투어도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 있다면 대성당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투어에서는 일반 순례자들이 볼 수 없는 공간까지 오픈되는 곳이 많다.)

보타푸메이로는 무게 53Kg, 높이 1.5m의 거대한 향로로 20m 높이에 매달려 움직인다. 모든 미사에 이 향로를 피우는 것은 아니며, 대축일 같은 중요한 전례에 사용된다. 향을 피우는 것은 불로 깨끗이 태운다는 정화의 의미이자 번제물을 하늘로 올리는 희생과 봉헌을 뜻한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는 수많은 순례자들을 축복하고 그들의 몸과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 거대한 향로를 사용했다. 보타푸메이로 의식을 볼 수 있는 전례일자도 대성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22.jpg 성전 내 알파와 오메가


※ 모든 이미지 : 산티아고 대성당



성전 안에서 바라보는 자비(용서)의 문에는 ΑΩ 알파와 오메가가 새겨있다.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와 끝 글자인 알파와 오메가는 성경에서 시작과 끝, 곧 시간과 공간의 모든 것으로 영원과 신성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대성당 안에서 오메가 문자는 거꾸로 되어 있다. 끝이 시작이 되는 것이다. 순례의 끝에서 까미노의 목표는 이제 또 다른 길,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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