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섬 Jun 16. 2024

성자의 죽음과 부활 3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


예수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은 단순히 죽었던 그리스도가 살아나 하늘로 올라간 다음 제자들에게 성령을 내려보낸 것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신 하느님의 사업이 비로소 완성되었음을 뜻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三位一體)를 확고히 한다.


그리스도가 죽었다 되살아난 것은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명제로부터의 해방으로, 소멸되는 존재에 영생이라는 희망을 부여한다.

그렇게 부활한 예수가 지상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지 않고 40일 후 승천을 한 것은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聖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화(肉化)된 하느님, 곧 성자 하느님이라는 위격이 되게 함과 동시에 영생의 목적지가 인간 세상이 아닌 하늘나라임을 명시하는 것으로 인간이 지상의 삶을 마감하면 하늘에서 영생의 삶을 누리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성령의 강림은 부활 50일째 날로 하느님의 영(靈)이 제자들에게 내린 사건인데, 스승의 빈자리에 성령이 협조자로 온 것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대대손손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증표이자, 하느님의 사랑을 보증하는 것이다.



4. Noli me tangere 나를 붙들지 마라 (부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4대 복음서 모두가 기록하고 있는데 조토는 그중에서 마태오 복음서와 요한 복음서의 이야기를 혼합해서 그림을 그렸다. 무덤을 지키는 경비병들은 마태오 복음서(27, 62-66)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며,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고 "스승님!"하고 부르자,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라고 대답한 일화는 요한 복음서(20, 11-18)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림을 보면 관람자의 시선이 배경을 따라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되는데, 그 시선의 끝에는 주인공이 위치한다. 이 같은 구도는 앞선 작품 '애도'에서도 적용되었는데 한 프레임 안에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거나 등장인물이 많을 때 관람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그림을 보는 순서를 작가가 알려 주는 것이다.



조토가 알려 준 순서대로 그림을 보면, 예수의 시신을 안치했던 곳에 흰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예수의 부활을 말한다. 십자가 죽음과 애도의 그림에서 슬픈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천사들의 얼굴이 예수의 부활로 평온을 되찾았다. 예수가 서 있는 곳을 응시하는 천사에게서는 살포시 지어진 미소까지 보인다.



그 아래에는 밤을 지새우며 무덤을 지키던 경비병들이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곤히 자고 있다. 자신의 양손 혹은 방패를 의지 삼아 기대거나 동료의 골반을 베고 눕기도 했다.



경비병 오른쪽에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등장하는데, 예수의 시신이 없어진 것을 보고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다'며 울던 마리아가 예수를 알아보고 '스승님!'하고 부르는 장면이다.



부활한 예수는 흰 옷을 입고 손에는 깃발을 들었다. 흰옷은 새 옷, 새 생명, 순결, 거룩함을 상징하며 깃발은 하늘나라의 깃발이자 승리의 깃발로 흰옷과 깃발 모두 죽음을 이겨낸 부활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마리아와 예수 사이에 푸른 잎들이 생생한데, '애도' 작품에서 저 멀리 배경 끝 나뭇가지에 보일 듯 말 듯 움트던 작은 이파리들이 부활한 예수의 발아래에 생명력 가득하게 만개한 것을 볼 수 있다.



마리아에게 말을 건네는 예수의 표정을 보면 조토가 성경 말씀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라는 말은 자칫 단호한 어조로 읽히기 쉽지만, 이 말은 거절의 의미가 아니라 어서 가서 나의 부활을 다른 제자들에게 알리라는 당부이자 곧 다시 만날 것이니 안심하라는 따듯한 약속이다.





5. Ascensione 승천


승천을 그린 이 그림은 '천상 세계와 지상 세계'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천상 세계를 먼저 보면 빛에 둘러쌓여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예수를 중심으로 하늘의 성인들과 천사들이 좌우로 도열해 있다. 날개를 달고 아랫줄에 있는 이들이 천사들이고 날개 없이 망토를 두르고 있는 윗줄이 성인들이다. 특이한 점은 예수의 손이 프레임 밖으로 나가 보이지 않는 것인데, 이것은 인간의 몸을 지닌 예수가 지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천상의 영역에 들었음을 의미한다.



왼쪽 앞의 두 성인들의 표정을 보는데, 그림에서 음성지원이 되는 것처럼 '오오~!'라는 감탄사를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른쪽 뒤에 위치한 두 성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자리 잡았다.



아래 지상 세계에서는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 11명이 무릎을 꿇고 승천하는 예수를 우러러보고 있다.  천사 둘이 이들에게 예수가 있는 방향을 손짓으로 알려준다.



 예수를 둘러싼 빛에 눈이 부신 제자들은 손을 이마 위에 펼쳐 차양을 만들었다.  



어머니 마리아는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믿기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황홀한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어쩌면 이 그림의 주인공은 승천하는 예수가 아니라 예수를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6. Pentecoste 성령 강림


예수의 승천으로 4대 복음서가 끝나고 이후의 이야기는 사도행전의 기록이다.


 

오순절 때 제자들 모두는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유다가 빠진 자리에는 새로 사도로 뽑힌 마티아가 자리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제자들 위에 내려앉았는데, 이 모든 것이 성령의 작용임을 깨닫기 전까지 제자들은 어리둥절 영문을 몰랐다.



제자들의 놀람을 표현하려고 평소보다 눈동자를 크게 그리고 양쪽 눈의 방향을 각각 다르게 해서, 확장된 동공이 마구 흔들리는 것처럼 그린 것을 보면 '조토의 그림은 음성지원만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동영상이었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기둥의 디테일한 조각과 대리석의 섬세한 무늬까지 실감난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이전 18화 성자의 죽음과 부활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