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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Oct 22. 2022

그림, 늙음의 유쾌함을 노래하다

행복한 할머니들_잉게


잉게 뢰크(Inge Look)의 그림들 중에 내가 처음 본 것이 바로 아래 그림이다. 계절감 있는 붉은 테이블보를 바닥까지 길게 드리운 앙증한 테이블을 둘 만의 아지트 삼아 소녀 감성으로 티타임을 즐기는 할머니들이라니! 이건 완전 나의 로망과 100% 일치한다. 무릎 위에 손수건을 깔고 밀크티와 컵케이크, 초콜릿... 테이블과 의자 위에는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초대받은 할머니의 선물이었을까? 카드와 분홍 튤립 한 다발도 잊지 않았다. 반듯하게 깎아 놓은 연필들은 또 얼마나 예쁜가. (나는 손수 칼로 연필을 깎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책도 읽는... 아, 나는 정말 이런 날을 꿈 꾼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Inge Löök_Tea Under the Table


잉게는 정원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핀란드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행복한 할머니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실제 인물로 잉게의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알리(Alli)와 피피(Fifi)다. 작가는 그녀들이 그림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유쾌한 이들이라고 한다. 치아도 빠지고 매력적이지도 않은 노인들이지만, 내면세계를 탐험하며 서로가 공유하고 공감하는 순간들을 선호한다. 실제로 그녀들은 나무에서 와인을 마셨고 파라솔을 들고 항해했으며 테이블 아래에서 소풍을 가졌다고 한다. 잉게가 그린 그녀들의 모험 대부분이 실제 생활에서 이웃들과 함께 경험한 것이라니 놀라움의 경탄과 함께 그녀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화가의 그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가 있어 옮겨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장 친한 친구와의 깊은 우정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나이를 불문한 환상과 호기심은 우리를 마법의 세계로 초대한다. 인생의 모든 것은 균형이며,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원을 가꾸는 일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거미가 체계적으로 거미줄을 짜는 모습을 쌍안경으로 지켜보는 일과 같이 나는 잡초와 곤충 등 모든 종류의 사물을 관찰하며, 인간이 자연과 관련하여 자신을 배치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한다.


 그래서였을까?  화가는 여덟 살이던 겨울 아침, 키가 약 0.5미터이고 특별한 방법으로 서로 의사소통하는 크리스마스의 요정, 엘프 무리를 보았다고 한다. 그녀는 행복한 할머니 시리즈와 더불어 엘프, 정원, 고양이 시리즈를 그리고 있다.

 

Hula hoop / Skating
Tidying up
Laundry day / Birthday party


사랑스러운 우리 두 할머니들은 가끔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그들이 입은 꽃무늬 원피스처럼 환한 웃음으로 일상을 기쁨으로 나누며 오래오래 함께 할 것이다. 케이크 위에 셀 수 없이 많이 켜져 있는 생일 초처럼.



그림 출처 : Naive Art Extraordin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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