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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Nov 10. 2018

은둔 행성으로 살고싶다

내가 바라는 우주

이곳은 수백 수만가지 작은 행성들로 이루어진 우주다. 각 행성은 한 사람 또는 가족이나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소유하게 된다. 이름이 행성이지 혹성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보통 그 크기가 아파트 세동을 합쳐놓은 것 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혹성들에는 각자가 원하는 자연과 환경이 펼쳐진다.


따뜻한 햇살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 사람만을 위한 작은 바다와 모래사장이 있어 언제든지 서핑을 즐기고 야자나무 아래서 낮잠을 잘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행성에는 멋진 산과 계곡이 있어 항상 원하는 높이의 산을 오르고 오솔길을 산책하며 맑고 깊은 숲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산도 강도 바다도 다 싫고 사람과 관계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의 행성이 지겨워진 떠돌이들이나 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입주해 살 수 있는 마을형 행성을 만들어 산다. 이렇게 남들과 부대끼며 복닥복닥 살고 싶은 사교적 사람들은 서로의 행성을 엮어 큰 도시를 이루어 살기도 한다.



하지만 홀로 있고 싶은 지친 영혼도 여기서는 걱정없다. 행성 감추기 기능을 사용해 그 기능을 끄기전에는 아무도 찾지도 보지도 못하는 자신만의 안전한 은신처를 만들어 은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열어 보여주기 전에는 찾을 수 없기에, 아무도 행성이 작다, 크다, 멋지다, 예쁘다, 못생겼다, 잘났다, 못났다, 잘한다, 못한다,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없고, 막말이나 편견, 폭력에 상처받을 일도 없이 오직 홀로 자신만의 행성에서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휴식하며 살아갈 수 있다.


혼자이기에 쓸데없이 경쟁할 일도 없고 소모적이고 부정적인 말이나 관계에 에너지를 뺏길 일도 없다. 여러가지 생각과 배경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이해관계에 이리저리 휘둘리거나, 감정쓰레기통이 되거나, 길에서 취객을 만나 폭행을 당하거나, 말이 꼬여 난처한 상황이되거나,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내가 뭔가 잘못한건가, 내가 그렇게 우습나? 왜 저런 말을 하지? 왜 저런 행동을 해서 나를 모욕하나? 하고 눈치보고 걱정 할 일도 없다.


다른 이들과 비교되어 바짝 움츠러들어 비참함을 느끼거나 반대로 비루한 우월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또, 남들이 우월감을 느끼는 이유가 되어줄 필요도 없다.






그 은둔행성에서는 오직 그 자신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

지구 인간들이 정해놓은 여러가지 기준과 만들어낸 인위적 의미, 가치들에서 벗어나 여러겹 덮씌워진 껍데기를 깨끗이 털어내고 존재하는 그대로, 살아있는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다.


이 은둔 행성은 은둔자가 원하는 대로 작은 바다와 작은 산, 작은 들판이 있으며 들판옆으로 작은 강이 흐른다. 이 들판에 은둔자는 작은 집을 짓고 갈색의 튼튼하고 익살맞은 개 한마리를 키우며 모든 식물이 죽지않고 잘 자라는 작은 정원을 가꾸고 질이 좋은 신기한 토양에서 기른 싱싱한 과일과 야채들을 매일 수확하며 살아간다.

암탉도 네마리 있어 매일 커다란 알을 낳는데, 이 알로 단백질 섭취 걱정없이 계란후라이나 계란국, 계란 야채볶음, 계란말이를 해먹는다. 가끔 고기가 먹고 싶을땐 비행정을 타고 이웃 도시행성군락에 가서 과일과 야채를 판 돈으로 고기를 사 먹을수도 있다.


새벽에는 해뜨는것을 보며 밤새 달린 열매들을 수확하고 아침밥을 먹은 후 더워지기전에 서핑을 하고 낮잠을 잔다. 낮잠을 조금 자고 일어나서 청소를 하고 강아지와 강가와 숲길을 산책한 후 작은 바다에서 저녁 서핑을 하고 강아지와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밭에 앉아 핑크빛에서 보라로 보라에서 남색으로 변화하는 노을을 구경한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요리를 해 먹은 후 도시행성에서 빌려온 책을 좀 보고 그림을 좀 그리다 별을 보며 잠이 든다.


이 우주에서는 이렇게 단순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하고 싶은 만큼,

원하는 방식대로 십년이고 백년이고 천년이고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원하지 않을때는 언제라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쓴사람

다영. 소글워크숍 수강생





* 소글워크숍 수업 중 이진송 작가님의 '건너가는 힘(단행본<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수록)' 텍스트를 함께 읽은 뒤 쓴 글입니다. 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희망과 긍정에 대해 쓰기

긍정적 글쓰기는 감정 표현은 물론 긍정적 언어사용에 도움이 됩니다. 긍정적 글쓰기는 ‘미래를 앞당겨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되길 바라는 나, 살기를 바라는 인생에 대해 쓰는 것입니다.


글쓰기 연습으로는 '내가 바라는 세계를 묘사해 보세요. 그 유토피아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세계를 관찰하는 외부자 입장에서 세세히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창하지 않고, 단 한가지에 대해 간절히 써도 좋습니다.



북튜버 겨울서점의 '건너가는 힘' 낭독

https://www.youtube.com/watch?v=dAFN0hMeh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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