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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Jul 31. 2019

서-본-결이 모두, 고기다

슈니첼, 정말이지 독일스러운 독일의 독일 같은 맛 

한 입 베어문 순간 내 나이듦을 경계하게 되는 맛이 났다. 세상만사 다 똑같게 느껴지면 늙은 거라던데. 스스로는 만물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좁디좁은 본인의 틀 안에 모든걸 어거지로 끼워넣다보니 그렇게 느끼는거라던데. 입에 든 고기를 우물우물 씹어삼키면서 생각했다. 


돈가스 맛이었다. 적당히 저민 돼지고기에 밀가루, 계란 등을 입혀 튀긴 게 어떻게 다른 맛이 날 수 있겠는가. 튀김옷 입은 고기 맛이 거기서 거기지. 원래는 송아지 고기로 만든다고도 하지만 내가 먹은 곳은 하필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한 독일이었다. 


한 입 더 먹어보니, 튀김옷이 좀 얇은 것도 같다. 기름에 푹 담가서 튀긴게 아니라 육전처럼 지글지글 부친 건가. 바삭 보다 파삭에 가까운 일본식 튀김옷에 비해서도 얇은 튀김옷. 소스에 푹 적셔져서 눅눅함이 살짝 더해진 경양식 돈가스에 비해서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튀김옷은 거들 뿐, 바로 고기 맛에 집중하게 된다. 


흔히 접하는 데미그라스 소스 대신 레몬즙과 잼을 곁들이는 것도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겠다. 서론, 본론, 결론이 전부 고기다. 상큼한 레몬즙도 달달한 잼도 고기 맛을 돋우는 역할을 할 뿐, 그 맛을 조금도 억누르거나 없애려 들지 않는다.경양식이나 일식에서 '이걸로 좀 버텨보세요!'라는 의미로 주는 깍두기나 단무지에 대응하는 가니쉬가 전혀 없다는게 이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한다. 


"우리 엄마가 옛날에 해줬던 게 슈니첼이었나 봐."

별말 없이 먹던 A가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그러게. 5천 마일을 날아왔는데…" 


마구 동조하며 모든 튀긴 음식의 공통점을 쏟아낼까, 아니면 차이점을 짚어내며 조목조목 반박할까 하다가 그냥 적당히 대꾸하는 선에서 입을 다물었다. A 앞의 접시도 내 것도 어느새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적당히 잘 먹었나보네. 


집에 돌아가자마자 여행지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시시콜콜 공유할 사람이 마침 옆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흔한 맛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 슈니첼은 그런 맛이었다.




by 윤해림 

소글워크숍 글쓰기 숙제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소글매거진

소글워크숍 중에 초고를 쓴 뒤 발전시켜 완성한, 수강생들의 원고를 싣고 있습니다. 

여성전용 글쓰기 클래스 '소글워크숍' 카카오플러스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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