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기 20190926 오후 4:00
프리랜서가 나이들면 속도가 빨라서 생산량이 늘 것 같지만 no no no.
요가와 잘 차린 밥, 수다, 7-8시간 수면, 자기 전 미드가 없이는 마감을 못하는 인간이 된다.
김밥 먹고 기상 직후-자기 전 풀 마감 ? no no. 하루 하면 다행이야...
잠 덜 자고 금요일까지 마치려던 일을 다음주까지로 미루었다. 이 앙 물고 다리 달달 떨며 어쩌지, 어쩌지,
마감 늦었어.....하다가 배고파서-> 돔베고기 정식에 갈비탕 먹고->아아아아 스위츠 필요해? 콜?-> 가족이 "정 네가 원한다면." 하고 거만 떨길래 승질 나서 팥빙수 집으로 달려갔는데-> 뭐야 이 집 뭐야 인스타그래머가 한 명도 오지 않을 아주머니 풍의 카페 팥빙수가 미슐랭 급인 거다. 직접 쑨 팥이 믿을 수 없이 완벽하고 무려 진짜 팥앙금 모찌를 잘라넣고-> 과식하고 나서 1시간 꿀낮잠-> 마음이 달라짐.
야 야 즐겁게 글 쓰재놓고 배반하면 어떡해? 거울 봐 너 찡그리고 있잖아?
이 미룸은 생존을 위한 것.
전력질주해서 아프고 질려버리면 이 일을 다시는 안 보게 된다. 작은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 일에 행복한 기억이 묻어있도록, 언제나 80퍼센트만 하고 놀고 먹고 놀고 자야 함. 회사원이 아니라서다. 내가 내 일에 질려서 안 하게 되어도, 누구도 관심 없고, 다른 일로 돈 벌게는 되니까 세상엔 아무 일도 안 벌어지며 아무도 그 일 안 하는가 묻지 않아. 그리고... 흥미와 가능성 하나를 잃게 되는 거지-
너무 너무 재밌게 쓰고 싶어서 안달하고 반응도 좋았던 한 연재가 있었는데....그때 몹시 지쳤기 때문에. 다시 들춰보기 싫어 이후로 한 편도 안 씀� 물론 그래도 어떤 푸쉬도 없음. 그게 프리랜서.
심지어 마감 때는 낮에 스트레스를 꽤 받고 에너지를 많이 쓰니까 8시간은 자줘야 되는 게 맞다.
비로소 인간적인 삶.
예전에 4시간 자면서 취재 다니고 강의할 때 9시간 자는 프랑스인 보고 “성인인가 신생아인가” 싶었던 적이. 따라서 많이 잤더니 잔병이 다 낫고 성격이 좋아짐. 그래도 늘 잠에 죄책감이 10프로 정도 붙어있음.
뼈코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