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글레터: 매주 수강생들께 보내는 이메일입니다
모두 잘 지내나요?
소글러 여러분에게 갑자기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요.
저는 오늘 아침에 문득, 요즘 매일 책 마감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응원의 메일을 보냈답니다.
강력한 솔루션이나 응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늘 그러하듯 결론은 '우리 다음에는 글 안 쓰는 존재로 태어나요!' 로 대충 마무리를 했지요.
부끄럽지만 저는 늘 흐물흐물한 해파리가 되고 싶은 욕구를 느껴요. 아무 것도 쌓지 않고, 그냥 모두 흘려버리고 싶은 거죠.
글을 쌓는다는 것은 딱딱한 고체의 이미지니까, 좀 모순적이지요?
글쓰는 사람들 중에는 약간의, 혹은 상당한 자기파괴 욕구를 지닌 사람이 많습니다.
고백하자면 지난번 책을 마감하면서, 원고를 모두 숨기고 계약서를 불태우고 싶은 마음을 참고는 했어요.
당시에는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던 중이라, 친구와 가족과의 이별의 마음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책상에 앉을 때마다 나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아니겠어요?
옷가지와 책더미 사이를 오가며 버리고 버리고 버리는 일을 하는 와중에
무언가를 쌓고 쌓고 쌓아 타인에게 보여주는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말하자면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책상에 앉아 나에 대해 집중하고 싶지 않았어요!
계속 몸을 움직여 생각을 안 해야 이별의 마음을 견딜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책은 몸을 움직이며 쓸 수가 없잖아요. 너무 곤란했죠.
그래서 글쓰는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 이해해요. 어느날은 막 쓰고 싶다가 어느날은 다 외면하고 싶기도 하겠죠? 저처럼요.
친구에게 전한 기이한 마무리를 여러분에게도 전합니다.
글쓰기라는 단어의 자리에는 여러분이 매일 매일 열심히 하는 일을 넣어도 무방하겠죠.
우리 다음에는
“글쓰기? 그게 뭐에요?”
하는
해파리로 태어나자.
2021년 4월 30일
글쓰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프랑스에서 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