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시작하기: 2023 03 14
나는 프랑스에 산다. 40대 한국여성이다. 2021년 11월에 성인 ADHD를 확진받았다.
남프랑스의 소도시에서 공유작업실에 다닌다. 일하다 고개를 들면 아니, 주변에 왜 이렇게 외국인이 많아?
아, 내가 외국인이지!
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만든 글쓰기 클래스 <소글>을 운영하며, 이메일로 강의안과 과제를 주고 받으며 일한다.
일주일에 몇번, <소글>의 브랜드로 줌을 통해 창작 모임, 동기부여 모임을 운영한다.
여성 ADHD인들과의 오픈카톡방, 프리랜서 작업방, 매일 일기 쓰기 방 등 9개 정도의 오픈카톡방을 열고 있다.
자체 클래스, 기업 및 기관과의 협업으로 화상 글쓰기 수업을 한다.
어제부터는 한국-프랑스 문화 공유 협회인 ACT의 리더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TARN지역의 한국인과 프랑스인들이 함께 한국 음식과 한국어, 한국 문화를 나눈다. 여러 언어로 함께, 재밌게 논다는 의미이다. :)
ADHD정체성을 깨달은 뒤로는 여러 장소에서 여러 방식으로 일한다. 매일 매일 나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식을 찾아서 기록하는데, 그것들은 모두 신경전형인과 다른 경우가 많아 재밌다.
이를테면 나는 공유작업실에서 사람들이 나에게 '우리 시끄러워서 너 일하는데 방해되지 않아?' 물으면 '전혀! 난 시끄러운 게 좋아!' 라고 말한다. 아직은 사람들이 그걸 농담인 줄 아는데......
나는 고요한 작업실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면
몹시 안절부절하고,
때로는 마음이 폭발해 책상 위에 올라가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막막하고 갑갑해지는 반면,
멤버들이 왁자지껄 떠들면 그제서야 집중이 된다.
예전에는 전국 팔도의 시장판 한 가운데에서
가장 기사가 잘 써지던 전통시장 취재 전문 여행잡지 기자였다.
모든 기자가 그런 줄 알았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소란과 다양한 시장 물건들이 집중을 도운 것이었다.
아무튼 그런 고로,
나는 기차 정기할인권을 사서 기차에서 일하고
공원 벤치에서 일하고
때로는 패스트 푸드점의 활기를 이용해 일에 집중하고(햄버거 냄새는 좀 괴롭다)
짐볼 위에서 일하기,
채팅방에서 말하면서 일하기 등
여러 방식을 종종 하나씩 적어보겠다.
정리하자면,
오늘부터는 신경다양성 당사자, 유럽 내 아시안여성, 프리랜서이자 리모트 워커, 그외 여러 가지의 정체성에 기반해 매일 한 일에 대한 일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혼자 적으려니 영, 도파민이 부족해서 브런치에 다시 왔다.
아무래도 외딴 방보다는 광장이,
내 타입이다.
아무래도 내 정체성은 레고 조각같아서, 하나의 긴 글로 쓰기에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래서 내내 일지 쓰기를 미루고 있었다. 대체 이 매일의 웨이브를 어떻게 쓰나!
하지만,
이렇게 매일 파도가 많이 치는 일상이야말로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증거지.
안 쓸까봐,
언제나 잘 먹히던 방법인, 7가지로 나열하기를 떠올렸다. 일을 적게 했거나, 고민이 적은 날은 한 두 가지가 될 수도 있겠고. 모든 것은 유동적이다.
내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