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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Ssay #5

by 솔글

주는 것 없이 예쁘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지는 한사람이 있고, 왠지 이번에는 마냥 행복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과정마저 나를 그저 기분 좋아지게 만들 나의 사랑스러운 그녀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동그란 얼굴에 깊은 보조개가 양볼에 콕 들어가는 모습이 참 예쁜 나의 유일한 혈육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번에 1순위일 존재이다.

어릴 적부터 자매는 꼭 단짝처럼 지내는 그런 소중한 존재가 되곤 한다. 나에게도 그랬다. 부모님께 무엇이 가장 고맙느냐고 한다면 그녀를 나에게 선물해준 일이라고 할만큼. 어찌 이리 소중한 존재가 나에게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만큼.





아주 어린시절의 나는 작은 그녀를 밖에 갖다버리라고 했다고 한다.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다고 하는데 나도 그랬나보다. 엄마가 포대기에 그녀를 업고 버리러 간다고 했을 때, 베란다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진짜 버릴까 걱정하며 밖을 쳐다보던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30살이 넘도록 들었다.

어느 날 수영장에서 놀다 큰 어머니가 사주신 자매 팔찌를 잃어버렸는데 언니가 없으면 나도 필요없다며 팔찌를 버린 그녀의 그 슬픈 표정이 선명하다. 사실 난 어린 마음에 내껀 없고 쟤만 있는게 질투(?)났었는데, 세살이나 어린 그녀는 그 마음을 읽었던건지, 진짜 언니가 없으면 나도 없는거라고 생각했던건지 모르겠다.

그녀가 4-5살 쯤 어느 날 집에서 사라졌을 때, 엄마랑 그녀를 울며 찾으러 간 기억이 있다. 너무 놀라고 너무 슬퍼서 그 마음이 선명한데 아랫집에서 호박을 먹으며 해맑게 놀고 있던 그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사진으로도 남겨진 그 날의 이야기. 나에게 그녀는 아직 그 시절에 머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여전히 서른이 넘은 현재까지도 마냥 조바심이 난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공부로 1등하는게 내 세상의 전부였다. 그게 내 세상에서의 한계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 외국어고등학교에 가겠으니 영어학원을 보내달라고 선언한 그 모습은 당시의 나에게 제법 큰 충격이였다. 그렇게 외고 진학을 해내고야 마는 그녀는 평생 나의 자랑이였다. 공부를 잘하는 그녀가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부터 자기 인생에 대해서 책임지는 모습이 그렇게도 멋졌다.

학년이 두개나 차이나는데 그녀는 공부를 나보다 잘해서 내가 그녀한테 공부 질문도 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게 하나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수능을 평소보다 망했다고 했을 때 나의 등굣길은 늘상 눈물 바다였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왜 단번에 사람을 평가하냐며 세상에 처음으로 큰 불만을 가졌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는 같은 대학교에 다녔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것이 맞나 싶을만큼 다른 대학생활을 했다. 처음으로 우리가 진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자연스레 같은 직업을 가지면서도 느꼈다. 우리는 진짜 많이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가 직장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은 나의 어려움인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나를 가장 자랑스러운 동료로 여겨주는 것도 그녀였다. 지금까지도 우리 언니를 직업인으로서 최고라고 인정해주는 것은 여전히 그녀이다.




우리에게 맏이로서, 막내로서 겪는 어려움과 입장의 차이가 없었던건 아니였을거다. 나중에 다 크고 나서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되었을 때 나에게 내가 맏이라서 받은 혜택을 이성적으로 짚어준 것도 그녀다. 만 3세까지 혼자 오롯히 받은 사랑의 기억은 언니의 밝고 긍정적인 면에 영향을 분명 주었을거라고. 그 이야기가 왜 이토록 삶을 살면서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오롯히 사랑받았지만 잊었던 그 시간이 마음에 깊게 박혔다.

어른이 되고 나서 인간관계 문제로 힘들어 할 때도 조곤조곤 팩폭하며 이야기 해줄 수 있고,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감사한가하고 생각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했으면 내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녀를 보면 진짜 사랑의 마음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행동에도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 나랑 너무 다름에도 이해하고 싶어지는 마음, 서로의 안녕을 숨쉬듯 생각해주는 그 마음. 그런 마음. 그녀에게 드는 마음의 사랑은 능동적인 사랑이라 받지 않아도 행복할 마음이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그런 마음이다.


여전히 부모님께 감사하며 ! 나의 소중한 그 사람, 내 여동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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