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낫저스트북클럽 5월의 책
가정의 달을 맞아 어떤 책을 북클럽 도서로 선정할까 고민하다가, 꼭 한 번은 다루고 싶었던 ≪안나와디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은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오랜 시간 탐구해 온 기자인 캐서린 부가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에 직접 거주하며 4년간 취재한 결과를 모은 이야기입니다. 읽다 보면 언뜻 소설인가 싶습니다. 그만큼 극적인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그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고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한국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일상에 놓인 이 아이들은 자주 다치고, 때때로 죽음을 목격하며, 그 스스로가 죽기도 합니다. 저자가 현지에 직접 살며 피부로 부딪치며 관찰한 이야기라는데 도무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사진들-아이들의 맑은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독자를 마주 보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그 눈을 마주하는 순간 지금껏 읽은 이야기들이 실제 삶을 그려낸 것임을, 소설도 영화도 아닌 지금 저 먼 곳 어딘가의 아이들이 매일 살고 있는, 실재하는 삶이라는 명징한 사실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습니다. 그곳은 어쩌면 너무 멀어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낯설지 않은, 어쩐지 모를 기시감에 우리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어떠한 방향이나 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너무 있는 그대로 그려냈기에 되려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끝에, 피부에 소름이 돋게 하는 마지막 문단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멀리서 보면 잊기 쉬운 사실인데 알량한 이익과 한정된 터전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부패의 지배를 받는 하류 도시의 지친 주민들이 선한 태도를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놀라운 점은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선량하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 집이 기울어져서 무너진다면, 그 집이 놓인 땅 자체가 비스듬하다면, 모든 걸 곧게 세우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5년 5월의 책,
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