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별이었을 때 3화

별의 공명

by 내면여행자 은쇼

우리가 별이었을 때 1화

우리가 별이었을 때 2화


결정적인 순간은 그들의 연구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을 때 찾아왔다. 윤하는 실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기억의 별'에서 오는 빛을 직접 관측하던 중이었다. 강한 빛이 망원경을 통해 그녀의 눈에 닿는 순간, 윤하의 몸은 마치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떨렸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윤하가 의식을 되찾은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병실 창문으로 비치는 석양은 방 안의 모든 것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하준은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품에는 작은 망원경이 안겨 있었다.


"연구실에서 가져왔어." 하준이 망원경을 침대 옆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오늘 밤 카리나 성운이 잘 보일 거야."


윤하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창백한 얼굴에 비해 눈은 이상하게 빛났다. 마치 그 안에 별들이 담겨 있는 것처럼.

"고마워." 윤하가 말했다. 손을 뻗어 망원경을 만졌다. 그것은 1년 전, 떠나기 전에 사용하던 바로 그 망원경이었다. "이걸 가지고 있었구나."


하준은 의자를 끌어다 윤하의 침대 옆에 앉았다.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병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녁 햇살이 점점 더 붉어지며 방 안을 따뜻하게 채웠다. 윤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창백하고 약해 보였지만, 그 손안에 별의 힘이 숨겨져 있다고 느꼈다.


"하준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윤하가 물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원경으로 '기억의 별'을 관측하던 중에 갑자기 쓰러졌어. 빛이... 비정상적으로 강했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윤하의 눈이 멀리 있는 창문을 향했다. "나는 별이었어." 그녀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냥 꿈이 아니야. 내가 정말로 그 별이었고, 그 별의 모든 기억을 보았어. 수십억 년 전의 기억을."


병실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마치 중력이 잠시 흔들린 것처럼. 하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의료진은 윤하의 말을 환각이나 과로로 인한 망상으로 치부했다. 일시적인 산소 부족이 뇌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했다.


윤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 별은...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웠어. 내 존재 자체가 빛과 열이었어. 나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어. 주변의 별들, 공간의 곡률, 시간의 흐름까지도." 윤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가장 강렬했던 건,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거야. 그 별의 의식 속에 다른 존재가 있었어. 마치 쌍성처럼, 하나의 중심을 공유하는 두 개의 핵."


하준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실은..." 하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 고개를 들어 윤하의 눈을 직접 바라보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


윤하의 눈이 커졌다.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똑바로 앉았다. "뭐라고?"

"네가 떠나 있는 동안, 나도 그 별을 연구했어. 다른 방법으로." 하준이 설명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실험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나도 그 별이 되었어. 그 별의 모든 기억을 경험했어."

윤하의 손이 하준의 팔을 꽉 잡았다. "정말? 너도?" 그녀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윤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경험은 환각이 아니었다.


"그래, 나도." 하준의 눈에서도 감정이 넘쳐흘렀다. "처음에는 미쳐가는 줄 알았어. 과학자가 이런 경험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하지만 그건 너무나 생생했어.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했어."


윤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그 별의 기억 속에서,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꼈어?"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그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매번 그 꿈을 꿀 때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어. 다른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었고... 그건 마치..."

"마치 네가 별의 한 조각이고, 그 다른 존재는 함께 완전한 별을 이루는 나머지 조각인 것처럼." 윤하가 그의 말을 완성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진 것 같았다. 마치 감정의 밀도가 높아져 호흡조차 달라진 듯했다. 석양의 마지막 빛이 사라지며, 병실은 부드러운 어둠 속에 잠겼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네가 그 별의 다른 반쪽이었던 거야." 윤하가 속삭였다. "우리는 같은 별에서 왔어."


하준이 조심스럽게 윤하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미세한 빛이 그들의 접촉점에서 피어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 본 그 빛이었지만, 이번에는 더 강하고 선명했다. 푸른빛이 두 사람의 손을 감싸고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손에서 빛이 났던 거야." 하준이 경외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몸속의 별 먼지들이 서로를 알아본 거야."


윤하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깨달음의 눈물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잊었지만, 우리 안의 원자들은 기억하고 있었어. 그들은 서로를 알아봤어."


그들의 심장은 완벽한 동기화로 뛰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별의 핵융합 맥동처럼. 하준은 윤하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두 사람 사이의 빛이 더 밝아졌다.


"네가 떠났을 때, 난 네 마음속에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하준이 마침내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나는..." 윤하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가 내 손을 잡고 '가지 마'라고 말해주길 바랐어. 네가 '기다릴게'라는 약속을 해주길 기다렸는데... 그 말이 없었을 때, 우리 사이의 모든 순간이 내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건가 의심했어."


윤하와 하준 사이의 빛이 이제는 방 전체를 밝힐 정도로 강해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기대를 가졌던 거야. 서로의 표면만 보고 핵심은 보지 못했어. 별은 중심부를 감추면 진정한 빛을 발할 수 없어." 윤하가 속삭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든 벽이 무너졌다. 더 이상 숨길 것이 없었다. 그들의 가슴속에 있던 별의 먼지들이 마침내 자유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별이 폭발할 때, 그 별의 의식이 두 갈래로 나뉘었고, 그 파편들이 결국 우리가 된 거야." 하준이 깨달았다. 과학자로서 이 이론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것이 얼마나 진실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찾기 위해 수십억 년을 기다려왔어." 윤하가 말했다. "이게 우리가 함께 꿈을 꾼 이유야. 우리 몸속의 원자들이 서로를 그리워한 거야."


윤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하준이 그녀를 따라갔다. 병실 창문 너머로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카리나 성운의 한 별이 특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저게 우리의 별이야." 윤하가 말했다. "'기억의 별'."

하준은 윤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저 별은 수억 년 전에 폭발했어. 우리가 지금 보는 빛은 그 별이 사라지기 전에 발산한 마지막 인사야."

"하지만 그 별은 정말로 사라진 게 아니야." 윤하가 말했다. "형태만 바꾸었을 뿐이야. 우리처럼."


윤하와 하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에는 수십억 년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별이 되어 우주를 여행한 기억, 폭발하여 흩어진 기억, 그리고 마침내 서로를 다시 찾은 기억.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준이 물었다.

윤하는 별빛에 물든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궤도를 그릴 차례야. 다른 별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밤하늘에서 읽게 될 거야. 수십억 년 동안 헤매다 마침내 하나가 된 두 별의 이야기를."


두 사람은 함께 창가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의 빛은 이제 창 밖으로 흘러나가, 마치 새로운 별이 지구에서 태어난 것처럼 밤하늘을 밝혔다. 그 빛은 멀리 카리나 성운의 '기억의 별'과 공명하고 있었다.


"사랑해." 하준이 마침내 말했다. 과학자로서가 아닌, 별의 파편으로서의 고백이었다.

"나도." 윤하가 답했다. "수십억 년 동안 사랑해왔어.“


<우리가 별이었을 때> 작품 소개 - 한창 별과 우주에 꽂혀있던 2025년 3월 집필한 작품이다. 칼 세이건의 유명한 명언 “우리는 별의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 문장에서 출발한 상상력이 솟아올랐다. "내 몸에 있는 별의 조각이, 자신의 고향별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리고, 같은 별에서 온 조각들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끌리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떨까?" 부산청년잡성장카페 프로그램을 통해 다듬고 또 다듬어서 공동출판했다.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세상에 내놓는 나의 첫 작품이다.

창작 과정 포스팅 https://blog.naver.com/eunsound_99/22388224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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