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별이 되어
수십억 년이 흐른 어느 날, 카리나 성운의 새로운 별계에서 두 젊은이가 만났다. 천문학 컨퍼런스의 누구도 찾지 않는 작은 발코니에서.
소녀는 창백한 피부와 검은 머리를 가졌고, 눈빛은 별처럼 깊고 맑았다. 소년은 자신의 앞머리를 긴장된 듯 쓸어올렸다. 손에는 별자리 지도가 들려 있었다. 갑작스러운 바람이 발코니를 스쳤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날렸고, 소년의 손에서 별자리 지도가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두 사람은 동시에 손을 뻗었다. 그들의 손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소년의 손목에서 은색 시계가 달빛에 반짝였다. 소녀는 그 시계를 보는 순간, 마치 오래된 꿈을 기억해내는 것 같은 감각이 밀려왔다.
그 순간, 무언가가 두 사람 사이에서 반짝였다. 작은 불꽃처럼 시작되어 점점 커지는 빛. 소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소녀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혹시... 이상한 꿈을 꾸신 적 있나요?" 소년이 물었다. 평소라면 이런 개인적인, 심지어 비과학적인 질문을 낯선 이에게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질문은 마치 오랫동안 그의 안에서 기다려온 것 같았다.
"별이 되는 꿈이요." 소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마치 평생 이 순간을 기다려온 듯했다. 발코니 너머로 별이 가득한 하늘이 펼쳐졌다. 카리나 성운의 별들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자신들의 연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서로의 내면 전체를 보여줄 용기가 있었다.
"제 이름은 하준이에요."
"저는 윤하라고 해요." 소녀가 답했다.
윤하와 하준은 손을 맞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빛이 두 사람 사이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그 빛은 손에서 시작되어 점차 주변으로 확산되었다. 별빛처럼 따뜻하고 푸른 빛이 그들을 감쌌다.
"서로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네요." 윤하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별의 모든 신비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네, 그리고 이번에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예요." 하준이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한 다짐이 담겨 있었다.
윤하와 하준은 나란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그들의 재회를 지켜보며 빛났다. 우주는 침묵 속에서 숨을 죽였다. 두 사람의 손에서 피어난 빛은 밤하늘로 솟아올라 카리나 성운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오랜 여정 끝에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영혼처럼.
<우리가 별이었을 때> 작품 소개 - 한창 별과 우주에 꽂혀있던 2025년 3월 집필한 작품이다. 칼 세이건의 유명한 명언 “우리는 별의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 문장에서 출발한 상상력이 솟아올랐다. "내 몸에 있는 별의 조각이, 자신의 고향별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리고, 같은 별에서 온 조각들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끌리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떨까?" 부산청년잡성장카페 프로그램을 통해 다듬고 또 다듬어서 공동출판했다.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세상에 내놓는 나의 첫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