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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나이테

by 내면여행자 은쇼

민하연의 몸에는 일곱 개의 나이테가 있었다.

첫 번째는 오른쪽 팔뚝에 생겼다. 양자선택관측기가 폭발하고 처음으로 시간이 멈췄을 때였다. 얇고 선명한 붉은 고리. 마치 누군가 그의 살갗 아래에 붉은 실을 심은 것 같았다.


두 번째는 가슴 위에 형성되었다. 연구소장 장도윤의 태블릿에서 '대상 7 - 민하연'이라는 파일을 발견했을 때. 자신이 실험 대상이었다는 충격적 진실을 알아챈 순간이었다.


세 번째는 목에. 네 번째는 왼쪽 손목에. 다섯 번째는 척추를 따라 형성된 길고 나선형의 나이테. 여섯 번째는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이마까지 이어진 가는 선.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나이테는 심장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은 나머지와 달리 검은색이었고, 하연이 시간을 멈출 때마다 미세하게 맥동했다.


모든 나이테는 선택의 흔적이었다. 그가 시간의 흐름을 조작하고, 평행세계를 들여다볼 때마다 새겨진 대가의 표식. 그리고 일곱 번째 나이테가 완성되면서, 양자선택연구소의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었다.

'일곱 번째 나이테의 형성은 존재의 양자적 소멸을 가져온다.'


하연은 이제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양자선택연구소의 지하 실험실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비상 전원만이 희미하게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연구소 전체가 대피 상태였지만, 하연은 돌아와야 했다. 마지막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앞에는 거대한 기계가 있었다. '평행세계 동기화 포털'이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연구소의 최대 비밀이었다. 서로 다른 선택에서 파생된 평행세계들을 연결하고 관찰하기 위해 설계된 기계. 하연이 우연히(아니, 의도적으로) 얻게 된 능력의 원형이었다.


"왔군요, 민 박사."

어둠 속에서 장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알고 있었나요?" 하연이 물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돌아올 거라는 걸요? 물론입니다. 마지막 나이테가 형성된 이상, 선택지가 많지 않으니까요."

하연은 본능적으로 가슴을 만졌다. 심장 위의 검은 나이테가 이제는 옷 위로도 비쳐 보일 정도로 진해져 있었다.

"왜 저를 선택했죠? 왜 '대상 7'이 되어야 했나요?"

도윤은 포털 장치 쪽으로 걸어갔다. "당신은 특별했어요. 모든 후보들 중에서 당신만이 '양자 공명 인자'를 가지고 있었죠. 당신과 당신의 쌍둥이 동생... 하율."


하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26년 전, 무너진 다리에서 동생의 손을 놓쳤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율은 강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고, 하연은 그 순간의 선택—혹은 실패—을 평생 후회하며 살아왔다.

"그건 우연의 사고였어."

도윤이 웃었다. "아닙니다. 그건 선택이었어요. 당신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동생의 손을 놓았죠. 그리고 그 선택이 당신의 첫 번째 나이테를 만들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나이테를요."

하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날 이용한 거군요. 내 죄책감을, 내 상처를."

"연구일 뿐입니다. 당신이 시간을 멈추고 평행세계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당신의 양자 상태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고, 우리는 그저... 촉매 역할을 했을 뿐이죠."


하연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올렸고, 세상이 멈췄다.

도윤은 중간 문장에서 정지했다. 실험실의 비상등 빛이 공중에 고정되었다. 완벽한 정지 상태.

하연은 평행세계 동기화 포털로 걸어갔다. 이 장치라면 다른 선택을 했던 자신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동생 하율이 살아있는 세계로 영구히 이동할 기회도 있을지 모른다.

포털을 작동시키자 거대한 에너지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도 이 장치만은 작동했다. 아마도 그것이 시간의 법칙 너머에 존재하는 기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용돌이 속에서 무언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그림자였다가, 점차 선명해졌다. 그것은 거울이었다. 아니, 거울 같은 창문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하연의 모습들이 있었다.

물리학자가 된 하연, 작가가 된 하연, 평범한 회사원이 된 하연. 결혼한 하연, 혼자 사는 하연, 아이를 키우는 하연.


그리고 마침내, 하연이 찾던 모습이 나타났다. 동생 하율과 함께 있는 하연의 모습. 그들은 나란히 서서 웃고 있었다. 그 세계에서 하연은 다리에서 동생의 손을 놓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부상을 입으면서도 동생을 구했다.


하연은 그 모습에 손을 뻗었다. 유리벽 같은 것이 그의 손가락 아래 있었지만, 약간의 압력을 가하자 그것은 물처럼 흐트러졌다. 저 세계로 건너갈 수 있었다. 하율이 살아있는 세계로.


그때, 그의 심장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일었다. 검은 나이테가 강렬하게 맥동하며 빛나기 시작했다. 다른 모든 나이테들도 반응하여 그의 몸 전체가 붉고 검은 빛의 그물망으로 덮였다.


"그래서 선택했구나."

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연이 돌아보자, 정지된 줄 알았던 도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이 도윤은 조금 달랐다. 더 나이 들어 보였고, 눈빛이 달랐다.

"당신은..."

"다른 세계의 도윤이라고 해두지. 당신처럼 세계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가 설명했다. "당신이 마지막 선택을 하려는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어."

하연은 여전히 동생이 있는 세계를 향해 손을 뻗은 채였다. "무슨 선택?"

"가장 중요한 선택. 당신이 하지 않기로 한 선택이 당신을 정의할 거야. 마치 조각가가 돌을 깎아내어 형상을 만들어내듯이."

하연의 손이 떨렸다. 몇 센티미터만 더 가면 하율이 있는 세계로 닿을 수 있었다. 평생의 후회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알게 된 진실이 있었다. 평행세계 동기화 포털의 작동 원리.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영구히 이동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 대가는 원래 세계의 불안정화였다. 자신이 떠난 세계는 서서히 붕괴될 것이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아. 다만 당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들의 연속이 있을 뿐이지." 다른 세계의 도윤이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디에 있지? 당신의 몸은 여기 있지만,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


하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하지만 진정한 질문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지." 하연이 조용히 말했다.


그가 포털에서 멀어지자, 소용돌이가 점차 잦아들었다. 하율이 있는 세계의 모습이 희미해졌다. 하연은 마지막으로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안녕, 하율아. 넌 언제나 내 안에 있어."

다른 세계의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선택이야. 우리는 나이테처럼 선택의 흔적을 몸에 새기지만, 그 흔적들이 우리의 존재 자체를 만든다는 걸 이해한 거군."


하연의 몸에서 빛나던 나이테들이 갑자기 강렬해졌다. 고통이 전신을 관통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평화로움을 느꼈다. 그의 육체가 빛의 입자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하연이 자신의 손이 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물었다.


"당신의 물리적 형태는 사라지지만, 당신의 의식은 모든 가능한 세계의 당신들 사이에 분산될 거야. 일종의 '양자적 관찰자'가 되는 거지. 어떤 특정 세계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존재하게 될 거야."


하연의 몸이 거의 다 빛으로 변했을 때, 그의 의식은 갑자기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모든 평행세계의 자신들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었다. 물리학자가 된 하연, 작가가 된 하연, 하율을 구한 하연... 그들 모두가 그였고, 그는 그들 모두였다.


마지막 순간, 하연의 인식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났다. 그는 모든 선택의 순간을 동시에 경험했다.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현재로 융합되었다.


하연은 마침내 이해했다. 시간이란 강물이 아니라 거대한 나무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 나무의 모든 나이테를 동시에 경험하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더 이상 선택의 후회도, 과거의 집착도 없었다. 오직 현재의 무한한 순간들만이 있을 뿐.


그의 마지막 물리적 형태—눈동자—가 빛으로 변하기 직전, 하연은 속삭였다.

"우리는 선택이다."

세상에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연구실에는 장도윤만이 홀로 서 있었다. 하연은 사라졌지만, 그의 존재는 어딘가에—아니, 모든 곳에—계속되고 있었다.

도윤은 자신의 왼손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첫 번째 나이테가 형성되고 있었다.


물리학과 강의실, 교수는 양자역학 강의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관찰 행위가 양자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더 깊은 철학적 질문은 이것이죠—관찰자란 정확히 무엇인가? 의식은 물리적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교실 뒤편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혹시 '선택의 나이테 이론'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교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그 이론을 들었죠? 그건 출판된 적이 없는데요."

학생은 미소지었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서요. 모든 선택이 물리적 현실에 흔적을 남긴다는 이론이요."


교수가 안경을 고쳐 쓰며 학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순간, 그는 학생의 눈동자에서 희미한 동심원 패턴을 본 것 같았다. 마치 나이테처럼.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교수가 말했다. "다음 수업에서 더 논의해보죠."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오른쪽 팔뚝을 무의식적으로 문질렀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은.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강당을 빠져나갈 때, 한 목소리가 모든 곳에서 동시에 들려왔다. 하지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나이테처럼 선택의 흔적을 몸에 새긴다. 매 선택이 우리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때로는, 그 선택들이 우리를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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