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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학교 센티아

입학식과 기숙사 배정

by 내면여행자 은쇼

친애하는 당신에게,

당신의 가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감정들이 깨어날 시간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그 미묘한 떨림, 이름 붙이지 못한 설렘, 그리고 가끔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사라지곤 했던 그 울컥함을 알고 있습니다.

감정을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우리 센티아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용기를 가진 이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입학식 당일, 부디 낡은 가방 속에 묻어두었던 모든 감정들을 가지고 오십시오. 두려움, 질투, 설렘, 그리움... 그 모든 것들이 이곳에서는 세상과 연결되는 소중한 다리가 될 것입니다.

당신의 감정 여정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센티아에서 만나요.

교장 올림


거대한 나무의 줄기가 천천히 갈라지며 문이 열렸다. 문 너머로 보이는 건 평범한 학교 건물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통로 같았다. 한 발짝 내딛자, 나무 문을 지나 완전히 다른 공간에 들어서게 되었다.


동굴처럼 넓은 입학식장에는 이미 수백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천장에는 다양한 색의 빛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기쁨의 노란빛, 분노의 붉은빛, 슬픔의 파란빛, 설렘의 분홍빛... 감정마다 다른 색깔의 빛이 천장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이 신비로웠다.


단상에 서 있는 교장 선생님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센티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감정을 느끼고 다루는 재능'입니다. 세상은 종종 여러분에게 감정을 숨기라고 가르쳤을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그 반대를 배울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천장의 빛이 반응하며 물결쳤다.

"센티아에서의 첫 번째 수업은 바로 지금, 여러분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모두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해 보세요."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이 눈을 감았다. 나는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에 집중하자, 내 손바닥에서 따뜻한 빛이 피어올랐다.

"이제 눈을 떠보세요."

눈을 떴을 때, 모든 학생들의 손바닥에서 각자 다른 색깔의 빛이 피어나고 있었다. 어떤 학생은 활기찬 노란빛을, 어떤 학생은 깊은 남색 빛을, 또 어떤 학생은 여러 색이 섞인 오묘한 빛을 품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여러분의 감정을 따라 기숙사를 배정받게 됩니다. 센티아에는 네 개의 기숙사가 있습니다."

커다란 홀로그램이 공중에 떠올랐다. 네 가지 상징이 나타났다.


"빛내림 기숙사 - 기쁨과 희망의 감정을 깊이 경험하고 탐구하는 이들의 집." 노란빛 속에서 태양을 닮은 상징이 빛났다.

"깊은물결 기숙사 - 슬픔과 연민의 깊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모이는 곳." 푸른빛 속에서 파도 모양의 상징이 물결쳤다.

"불꽃심장 기숙사 - 분노와 열정의 에너지를 다스리고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집." 붉은빛 속에서 불꽃 모양의 상징이 타올랐다.

"조용한숲 기숙사 - 평온과 균형, 복합적인 감정의 조화를 찾는 이들의 안식처." 초록빛 속에서 나무 모양의 상징이 자라났다.


교장 선생님이 손을 들자, 공중에 은은한 빛의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이 감정의 구슬이 여러분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구슬을 손으로 감싸쥐면, 그것은 여러분의 가장 깊은 감정을 읽고 어울리는 기숙사로 안내할 것입니다."


구슬이 첫 번째 학생에게 다가갔다. 학생이 구슬을 감싸쥐자, 구슬이 붉게 빛나며 변했다. "불꽃심장!" 교장 선생님이 외쳤고, 불꽃심장 기숙사 쪽에서 환영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차례대로 학생들이 배정받았다. 어떤 학생의 구슬은 여러 색깔로 변하다가 마침내 한 색으로 정착했다. 또 어떤 학생의 구슬은 망설임 없이 단숨에 특정 색으로 변했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빛의 구슬이 내 앞에 다가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을 뻗어 구슬을 감싸쥐자, 따뜻한 기운이 내 몸을 감쌌다. 구슬이 천천히 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구슬이 여러 색으로 반짝이다가 마침내 깊고 평온한 초록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 속에서 작은 나뭇잎 모양이 춤추는 듯했다.

"조용한숲!" 교장 선생님이 선언했다.


초록색 제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따뜻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의 환영은 시끄럽지 않았지만,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한 학생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오래된 숲속을 걷는 듯한 깊이가 있었다.

"환영해, 나는 조용한숲의 대표 학생 미래야. 우리 기숙사로 안내해 줄게."


미래를 따라 대강당을 나와 센티아의 회랑을 걸었다. 다른 기숙사들이 화려한 계단이나 특별한 문을 통해 이동하는 것과 달리, 조용한숲으로 가는 길은 학교 뒤편의 작은 정원을 지나 실제 숲으로 이어졌다.

"조용한숲 기숙사는 말 그대로 숲속에 있어," 미래가 설명했다. "다른 기숙사들이 성 안에 있는 것과는 달라. 우리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내지."


숲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 깊고, 더 맑고, 더 생생했다. 얼마간 걸었을까,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정확히는 건물이라기보다 나무와 하나가 된 거주 공간이었다. 여러 개의 거대한 나무 기둥이 서로 연결되어 자연스러운 구조물을 이루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창문과 문, 발코니가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름답지?" 미래가 웃었다. "처음 봤을 때 나도 그랬어. 조용한숲 기숙사는 수백 년 된 나무들과 함께 자라났어. 우리는 나무를 해치지 않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왔지."


기숙사 안으로 들어서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내부는 나무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따라 설계되어 있었고, 천장은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중앙 공간에는 커다란 원형 홀이 있었고, 그곳에 다른 조용한숲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새로운 친구가 왔어요," 미래가 나를 소개했다.

학생들이 차분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그들의 환영에는 과장된 열정은 없었지만, 깊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한 학생이 앞으로 나섰다. "나는 윤하, 조용한숲의 또 다른 대표야. 우리 기숙사에 대해 조금 설명해 줄게."

그는 원형 홀 중앙에 있는 바닥의 문양을 가리켰다. 네 가지 다른 색의 나선이 서로 얽혀 하나의 나무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조용한숲은 네 기숙사 중에서도 특별해. 우리는 특정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감정의 균형을 추구하거든. 기쁨, 슬픔, 분노, 평온... 이 모든 감정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진정한 조화가 이루어진다고 믿어."


다른 학생이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숲 학생들은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우리는 가장 복잡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감정의 폭풍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워."


미래가 내 손을 잡았다. "너의 감정 구슬이 조용한숲을 선택했다는 건, 네 안에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는 뜻이야. 너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잘 읽을 수 있을 거야."


윤하가 미소 지었다. "조용한숲의 첫 번째 수업은 '감정의 숲 산책'이야. 우리의 특별한 숲에는 여러 감정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그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각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나는 벽에 걸려 있는 학습 시간표를 보았다. 다른 기숙사들과 공통으로 듣는 수업들도 있었고, 조용한숲만의 특별 수업들도 있었다.

조용한숲 특별 수업:

감정의 숲 산책

복합감정 명상

타인의 감정 읽기

내면의 균형 찾기

공감의 마법

"우리 기숙사의 별명은 '감정의 중재자'야," 미래가 말했다. "다른 기숙사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종종 조용한숲 학생들이 중재를 맡게 돼. 우리는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윤하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게 건넸다. "이건 '평온의 차'야. 우리 기숙사 특제품이지. 마시면 당신의 모든 감정이 고요한 숲의 흐름처럼 느껴질 거야."

차를 한 모금 마시자, 신기하게도 내 안의 복잡했던 감정들이 정리되는 듯했다. 여전히 모든 감정들은 그대로 있었지만, 그것들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미래가 내 숙소로 안내했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구조를 따라 만들어진 아늑한 방이었다. 창문 너머로는 숲의 풍경이 보였고, 방 안에는 감정 일기장과 작은 화분이 놓여 있었다.

"모든 조용한숲 학생들은 자신만의 감정 식물을 기르게 돼," 미래가 설명했다. "그 식물은 너의 감정 상태에 따라 변화할 거야. 네가 균형을 이루면, 식물도 아름답게 자랄 거고."


창밖으로 저녁이 깃들고 있었다. 숲속의 나무들 사이로 은은한 빛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제 곧 환영 만찬이 시작될 거야," 윤하가 말했다. "준비할 시간을 줄게. 조용한숲의 제복을 입고 오면 돼."

그들이 나가고, 나는 침대 위에 놓인 초록색 제복을 바라보았다. 옷깃에는 작은 나무 모양의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그것을 만지자, 브로치에서 부드러운 초록빛이 퍼져나갔다.


"조용한숲..." 나는 중얼거렸다. 왠지 모르게 이곳이 내게 맞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창밖의 숲을 바라보며, 센티아에서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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