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도 문을 열 기회 좀 줄래요?"
독립심이 강하고 좀처럼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 성격 때문인지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없다. 어릴 적부터 백마 탄 왕자는 동화에서만 존재하며, 대학 시절엔 남자들이 생각보다 유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주위엔 남녀 구분 없이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높거나 집착이 강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이나 구속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폭력조차 합리화시킨다.
인간은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세계 내 존재'로서 생존투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24시간 엄마랑 붙어 지내던 습성이 남아 있어서 자꾸만 기댈 누군가를 찾는다. 인간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하지만, 요즘 들어 에너지 뱀파이어나 가스라이터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경제적 사정을 핑계로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한테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도 여럿 보았다.
1980년대 초반생 10명 중 4명은 35세에도 부모와 같이 살아
청년 취업난에 결혼 늦어지며 2000년대 들어 캥거루족 늘어
[팩트체크] "35세도 독립 못해"… 늘어나는 캥거루족의 실체 | 연합뉴스
"이모 언제 나와? 아직 멀었어?"
분리 불안의 대표주자인 나의 막내 조카는 유난히 나를 따랐고, 본인의 시야에서 이모가 오 분 이상 멀어지면 불안해했다. 그래서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조카들 곁을 지키며 실시간 보좌(?)를 해야만 했다. 사정은 둘째 조카도 다르지 않았다. 한 번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욕실 문 앞에 누워 날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어서 날 찾는 횟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곁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
"자기 인생에서 내가 몇 번째야?"
연애할 때 종종 듣던 질문 중 하나이다. 일과 취미생활을 중시하다 보니 상대는 자신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혼자서도 잘 놀고 외로움을 별로 타지 않는 성격 덕분일까. 상대한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본 적이 없다. 질투심도 별로 없어서 오히려 상대가 서운해한 적도 있다.
타인에 대한 적당한 무관심. 어쩌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도움이 꼭 필요할 때는 모른 척하면서 원치 않는 관심을 드러내며 수동적 공격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한심하게 여겨진다.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두기 전에 자신의 삶부터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재고해 봤으면 좋겠다.
*신데렐라 콤플렉스: 콜렛 다울링(Colette Dowling)의 저서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를 통해 명명되고 대중에게 알려진 심리용어. 자립의지를 포기하고 이성에게 의존함으로써 인생의 변화, 마음의 안정,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의 충족 등을 추구하는 심리를 신데렐라 이야기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위키백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