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얼룩 1화 포도 주스

by 은수달


내 몸에는 태어날 때부터 보라색 얼룩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포도 주스'라고 불렀고, 그건 곧 내 별명이 되었다.




엄마는 보라색을 영어로 퍼플(purple, 자주색)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흔한 착각이다. 치킨(닭고기)과 키친(주방)을 혼동하는 것처럼.


내 이름은 보라. 보라색 얼룩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색이라고 했다.

"그럼 엄마는?"

"글쎄다."

엄마는 '글쎄, 모르겠어'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아빠는 '안 돼, 아니'라는 단어를 종종 썼다.


난 어느 쪽일까. 부모로부터 유전적 요소를 물려받을 확률은 각각 25퍼센트. 조부모 등 친척의 유전자도 일부분 관여하는 데다 결합 방식에 따라 또 다른 개체로 발현된단다. 그런데 왜 내 몸에는 '보라색 얼룩'이 생긴 걸까. 녀석을 볼 때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이, 포도 주스!"

모른 척하고 지나치려 하자, 이번엔 내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 본능적으로 힘을 주자 휘청거리다 바닥에 고꾸라진다.

"하하, 미친놈! 이젠 코미디도 할 줄 아네."


미친 것과 행복한 것의 차이를 사람들은 모른다. 미쳤다는 건 제정신이 아니거나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것. 행복하다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온전히 행복이라는 감정에 나 자신을 맡겨본 적 없으니.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건 단지 본능 때문일까. 아니면 그렇게 하라고 교육받은 덕분일까. <마더>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모성의 실체를 알게 해주는 좋은 영화인 것 같다. 비록 결과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만.


"왜 날 낳았어요? 그렇게 구박하고 원망할 거면서!"

"나도 내가 낳은 자식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너만 아니었으면..."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귀를 막으며 집 밖으로 뛰쳐나오고 말았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결혼 지옥에서 벗어나기 쉬웠을 테고

어설픈 모성에 기대어 자식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치명적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난 이미 세상 밖으로 나왔고,

엄마 뱃속으로 돌아가거나

흔적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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