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보라색을 영어로 퍼플(purple, 자주색)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흔한 착각이다. 치킨(닭고기)과 키친(주방)을 혼동하는 것처럼.
내 이름은 보라. 보라색 얼룩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색이라고 했다.
"그럼 엄마는?"
"글쎄다."
엄마는 '글쎄, 모르겠어'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아빠는 '안 돼, 아니'라는 단어를 종종 썼다.
난 어느 쪽일까. 부모로부터 유전적 요소를 물려받을 확률은 각각 25퍼센트. 조부모 등 친척의 유전자도 일부분 관여하는 데다 결합 방식에 따라 또 다른 개체로 발현된단다. 그런데 왜 내 몸에는 '보라색 얼룩'이 생긴 걸까. 녀석을 볼 때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이, 포도 주스!"
모른 척하고 지나치려 하자, 이번엔 내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 본능적으로 힘을 주자 휘청거리다 바닥에 고꾸라진다.
"하하, 미친놈! 이젠 코미디도 할 줄 아네."
미친 것과 행복한 것의 차이를 사람들은 모른다. 미쳤다는 건 제정신이 아니거나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것. 행복하다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온전히 행복이라는 감정에 나 자신을 맡겨본 적 없으니.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건 단지 본능 때문일까. 아니면 그렇게 하라고 교육받은 덕분일까. <마더>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모성의 실체를 알게 해주는 좋은 영화인 것 같다. 비록 결과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