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휘파람 5화

by 은수달


대학 시절에 알게 된 그녀는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의외로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했다. 우린 가끔 동아리방에 모여 사소한 얘기들을 나누었고, 진로에 관한 정보도 공유했다. 그녀한테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우린 자연스레 가까워졌지만, 그녀 곁에는 주위를 맴도는 선배가 있었다.


동아리 모임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 난 그녀 맞은편에 앉았고, 그녀 곁에는 그 선배가 앉아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누군가 자청해서 모임을 진행했고, 내기에 진 그녀와 선배가 벌칙을 받게 되었다.

"저기 앉은 두 사람은 빼빼로 나눠 먹기!"

"와~!"

주위에선 환호를 지르며 얼른 하라고 부추겼지만, 난 그 모습을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빼빼로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서 두 사람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했다.

'아, 제발...'

불길한 예감은 현실로 드러났고, 다음 날부터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첫사랑'이라는 연극은 막을 내렸고, 연극의 주인공은 초라한 현실로 돌아갔다. 어쩌면 소심했던 나의 모습이 뒤풀이에서 재현된 건지도 모른다.




선본 여자로부터 카톡이 온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잘 지내시죠? 다음 주 금요일 저녁에 시간 괜찮으시면 차 한 잔 하실래요?]

달력을 확인하면서 잠시 망설였다. 선약은 없지만, 그날엔 야근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두 번째 만남이다.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알면 집에선 결혼부터 생각할 것이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떻게 거절하지? 그냥 바쁘다고 할까?'


고민하는 사이 어느덧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사무실을 빠져나오면서 그녀한테 답장을 보냈다.

[그날은 야근할 수도 있어서요]

[그럼 다른 날은 어떠세요?]

[글쎄요. 요즘 회사 일이 바빠서 당분간 시간 내기 힘들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답장을 확인한 순간 안도감과 동시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삼가 고인의 휘파람 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