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이 장래희망인 설계부 차장님은 아이 셋을 둔 가장이다. 대학 시절에 만난 분이랑 결혼했지만, 삼 남매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뒤 그의 아내도 맞벌이를 시작했지만, 씀씀이가 커서 그런지 돈을 모으기가 힘들다고 했다. 거기다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부부가 교대로 아이를 케어해야 하니 긴장을 늦출 틈이 없을 것이다.
우리 가족도 삼 남매인 데다 부모님이 사업을 해서 엄마는 항상 바빴다. 엄마가 정성 들여 싸준 도시락 반찬을 자랑하는 학우가 얄밉기도 했지만, 삼 남매 도시락 싸주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투정은 부리지 않았다. 아니, 투정 부릴 여유가 없었다.
K 장녀로 태어나 또래보다 일찍 철들었고, 숙제도 알아서 했으며, 방과 후엔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수시로 방문해서 밥상도 차려주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었기에 결핍 없이 잘 자랄 수 있었다.
아이 하나 낳아서 키우기도 힘든 세상에 아이 서넛을 키우는 분들을 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집안일뿐만 아니라 육아는 당연히 부부 공동의 몫인데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취미생활에 올인하며 가족들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남자 출연자를 보면서 화가 나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반면에 역할 분담을 적절히 해서 슬기롭게 부모 역할을 해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일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제부와 여동생이 그렇고, 출장이 잦은 올케를 대신해 조카를 돌보는 남동생이 그렇다.
몇 달 전, 둘째 조카가 독감에 걸려 입원했을 때 올케의 어머니가 보호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급하게 달려 나오다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빈자리를 올케와 남동생이 번갈아가며 지켰다. 큰 조카가 입원해서 여동생이 바쁠 때도 어머니와 내가 번갈아가며 막내 조카를 돌본 적도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의 응원이 필요하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어쨌든 육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부디 그들이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소신대로 잘 키워갔으면 한다.